▲ 지난해 판부면 서곡리에서 열린 용수골 꽃양귀축제.

지방화 시대에 지역 문화는 지역통합과 지역 활성화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지역축제는 지역 문화의 총체적인 표현으로, 지역 문화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뿐만 아니라 계승하는 문화 이벤트다. 여느 지자체처럼 원주시도 다양한 소규모 지역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시민 화합과 지역경제 활성화, 외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원주시가 처음으로 세원경제정책연구원에 의뢰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소규모 지역축제에 대한 평가 및 컨설팅 용역을 진행했다. 축제 기획과 진행, 프로그램, 성과, 관람객 만족도, 지역경제 기여 등을 평가해 개선 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지난해 원주시가 소규모 지역축제에 배정한 보조금은 용수골 꽃양귀비축제·치악산 황장목숲길축제 각 2천만 원, 장미축제·남한강축제·치악산 왕발걸음축제·섬강축제 각 1천만 원, 지난해 첫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반계리 은행나무축제는 500만 원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이태원 참사로 인해 지난해에는 용수골 꽃양귀비축제와 치악산 왕발걸음축제만 개최됐다.

 

용수골 꽃양귀비축제, 직접경제효과 11억 원

작년 5월 25일부터 6월 12일까지 개최된 용수골 꽃양귀비축제 방문객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지역주민은 39%였고 외지인이 61%였다. 7점 척도 기준으로 조사한 만족도는 ‘재방문하거나 타인에게 방문을 유도하겠다’가 5.4점으로 가장 높았고, ‘축제장 시설이 안전해 보였다’ 5.3점, ‘축제장 접근성 및 주차장이 좋다’ 5.2점으로 나타났다.

불편했거나 불만족한 사항에 대해서는 휴식공간 부족이 1순위였고, 2순위는 살거리 부족, 3순위는 교통·주차시설이었다. 야외축제 특성을 고려해 간이의자, 그늘막 등 휴식공간을 곳곳에 설치하고, 식음료와 기념품을 다양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문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은 원주시민 1만3천562원, 외지방문객 4만2천688원으로, 직접경제효과는 10억9천700여만 원인 것으로 분석됐다.

 

치악산 왕발걸음축제, 직접경제효과 756만 원

치악산 왕발걸음축제는 작년 6월 11일 치악산에서 열렸다. 설문조사 결과 방문객 중 지역주민이 91%였고, 외지인은 9%에 그쳤다. 7점 척도 기준의 만족도 질문에는 ‘축제장 접근성 및 주차장이 좋다’는 응답이 5.82점으로 가장 높았고, ‘재방문하거나 타인에게 방문을 유도하겠다’ 5.74점, ‘축제가 재미있다’ 5.54점으로 나타났다.

불편했거나 불만족한 사항은 화장실·샤워실 부족 및 청결 문제가 1순위였으며, 2순위는 먹거리 부족, 3순위는 휴식공간 부족이었다. 산에서 열리다 보니 청결 문제가 가장 많이 지적된 것으로 분석됐다. 방문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은 원주시민 1만5천292원, 외지방문객 5만5천526원으로, 직접경제효과는 756만여 원에 그쳤다.

이번 연구용역에서는 종합 평가도 실시했다. 평가점수 산정은 전문가 70점, 방문객 설문을 통한 관광객 콘텐츠 만족도 20점, 축제 효과 10점으로 구성했다. 종합 평가 결과 용수골 꽃양귀비축제는 86점, 치악산 왕발걸음축제는 72.6점이었다.

 

유사한 축제 통합해야

용수골 꽃양귀비축제와 치악산 왕발걸음축제 외에 나머지 지역축제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실적을 토대로 성과와 문제점을 분석했다.

장미축제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시민 주도형 프로그램을 통해 원주 문화예술 발전과 단계동 상권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으며, 문제점은 주변 교통정체로 인한 불편과 새로운 콘텐츠 부족을 제기했다. 반계리 은행나무축제는 지난해 이태원 참사로 인해 취소됐으나 천연기념물인 반계리 은행나무를 활용한 관광 콘텐츠로 지역경제 활성화가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원주시 담당부서와 축제 주관이 이원화돼 행정 절차상 비효율성이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남한강축제는 유서 깊은 부론면의 역사를 알리고, 침체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반면 다양한 행사 발굴과 지역 자원을 활용한 프로그램 발굴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섬강축제는 관광객 유치와 간현관광지 홍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홍보 강화와 섬강을 활용한 프로그램 부재가 문제점이었다.

치악산 황장목숲길 걷기축제는 치악산 권역 활성화와 가족형 건전여가 문화 정착에 기여한 반면 사전 홍보 및 축제 진행이 미숙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치악산 왕발걸음 축제와 치악산 황장목숲길 걷기축제는 치악산을 걷는 축제로, 차별점이 무엇인지 의심된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2개 축제를 치악산 둘레길 축제로 통합하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조금 차등 지원 제안

지역축제 별 사업비를 분석한 결과 용수골 꽃양귀비축제, 남한강 축제, 섬강축제, 치악산 왕발걸음축제, 치악산 황장목숲길 걷기축제는 행사 부스, 영상·음향기기, 행사장 조성비 등 행사 운영비 지출 비중이 전체의 50∼80%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컨설팅에서는 매년 시행되고, 모든 축제장에서 사용하는 행사 부스, 영상·음향기기 등은 공동으로 구매해 관리하거나 통합 계약을 통해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절감한 사업비를 체험비, 홍보비 등으로 사용하면 축제를 차별화하고, 특화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축제 별 추진위원회에서 진행해온 관행으로는 공동 구매나 통합 계약이 어렵기 때문에 원주시가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육성이 필요한 축제와 특성화가 필요한 축제, 통합·폐지가 필요한 축제, 단순 이벤트성 행사 등을 구분해 보조금을 차등 지원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지역마다 유사한 축제가 많아 차별화된 지역성을 보여주는 축제를 통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컨설팅 연구용역 결과를 각 추진위원회에 설명하고, 개선방안을 함께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용 기자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