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 째 지역신문을 구독하며 신문스크랩을 하고 있는 조흥상 어르신. 책장에는 그동안 모은 스크랩북이 빼곡히 꽂혀 있다.

조흥상(88) 어르신은 매일 새벽 두 시 신문읽기로 일과를 시작한다. 세상사 돌아가는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은 무료한 노년의 삶에 유일한 낙이 됐다. 충주에서 교편 생활을 마치고 고향인 원주로 돌아와  지역신문을 보기 시작했던 것이 벌써 20년을 훌쩍 넘겼다. 

원주투데이를 비롯해 지역 신문을 통해 접하는 소식들은 원주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높였다. 그냥 읽고 넘기기 아쉬운 기사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조 어르신은 신문스크랩을 시작했다. 사회, 정치, 문화, 연예 등 분야별로 흥미롭거나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기사들을 하루에 최소 5건 씩은 매일 모으게 됐다. 그렇게 작성한 신문스크랩 파일이 100권을 훌쩍 넘긴다. 

책장을 빼곡히 채운 스크랩북들을 하나하나 넘겨보면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빠르게 사느라 흘러 넘겼던 뉴스들을 보고 있으면 하루하루 다사다난하게 살았던 과거를 어렴풋이 떠올리게 된다. 

조 어르신은 지역의 현안 사항이나 중요한 뉴스들을 모은 파일을 새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청와대로 보냈다. 대통령이 지방의 중소도시 현안까지 고루 관심 갖고 국정을 운영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택배를 받고 청와대에서 보내는 감사 엽서를 모으는 일은 어르신의 소소한 자랑거리가 됐다. 

작년에는 DB프로미 농구단의 기사를 모아 스크랩한 파일 30여 권을 원주시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2000년 초 원주나래블루버드로 창단할 때부터 지금까지 20년 넘는 농구단의 역사가 담긴 자료로 인정받았다. 그녀의 팬심이 가득 담긴 책장을 넘기다보면 농구지식이 해박한 할머니의 모습이 납득이 간다.

고등학교 시절 농구부로 활동했던 조 어르신은 농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원주로 이사올 무렵 새롭게 창단한 농구팀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 직관은 물론,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며 선수들의 간식을 손수 챙기는 이른바 '덕질'을 시작했다. 농구 기사만 따로 스크랩하는 것 역시 그녀의 팬클럽 활동 중 중요한 일과다.

조 어르신은 "신문을 통해 세상의 흐름을 읽고, 내가 관심 있는 분야, 새로운 지식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스크랩 활동을 게을리 할 수 없다"며 "스크랩은 옛 추억을 되돌아보며 중요한 것들을 기억하는 나만의 메모 방식"이라고 말했다. 더 많은 사람들과 신문스크랩을 공유하고 싶어 최근에는 자주 가는 한의원에도 이를 기부했다. 

한편, 신문스크랩 활동은 어르신에게 또 다른 취미를 선사했다. 최근 언론마다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자원재활용 활동에 동참하게 됐다. 우유각을 모아 행정복지센터로 가져가면 휴지로 교환할 수 있는데, 어르신은 바꿔온 휴지는 항상 경로당에 기부한다. 또한, 폐현수막을 모아 장바구니도 만든다. 자비로 수선해 만든 가방은 새벽시장이나 전통시장에 나갈 때마다 만나는 상인들,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조 어르신은 "신문이 사양산업이라 사람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나같이 핸드폰이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에게는 중요한 소식을 전해주는 정보원"이라며 "기력이 따라줄 때까지는 꾸준히 신문스크랩을 이어가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