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민주화를 넘어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군사정권에 저항하면서 '독재타도'를 외치던 '민주화' 시대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외치는 '민주주의' 시대입니다. '민주화'와 '민주주의'는 문화예술정책에서도 사용합니다. 정책의 가치와 방향성을 두고 '문화의 민주화'와 '문화민주주의'라는 말을 씁니다. 

 '문화의 민주화'는 정부나 기업 등이 문화시설과 공간 등을 설립하여 문화인프라를 확충하는 정부 주도의 통치정책(거번먼트)입니다. 예술창작 지원과 문화향유의 기회를 보다 많이 제공하자는 것입니다. '문화민주주의'는 시민들의 문화적 요구를 받아들여 민·관협치(거버넌스)로 제도와 환경을 구축하여 시민들 스스로 문화적 삶을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지역문화진흥법을 만들고 지역마다 문화재단 등을 설립,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문화도시를 선정하여 생활문화 활성화와 지역문화를 진흥하자는 사업을 합니다. 

 문화도시 사업은 지역문화진흥법 제4장 '문화도시·문화지구의 지원과 지정'의 규정에 따라 시행하고 있는 국가 정책입니다. 그래서 이 정책을 '법정 문화도시' 사업이라고 부릅니다. 원주시는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되고 나서 처음으로 시행한 2019년도에 선정되었습니다. 문화도시로 선정되면 5년 동안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200억가량의 재원으로 분배·지원합니다. 그동안 2019년도에 7곳, 2020년도에 5곳, 2021년도에 6곳, 2022년도에 6곳, 총 24곳을 선정하였습니다. 

 원주시는 2023년까지 지원을 받습니다. 예비도시까지 기간으로 치면 5년이 넘는 문화도시 사업을 해 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제 지역 스스로 이 사업에 대하여 판단을 내려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36만5천개의 원주로운 삶의 방식이 공존하는 문화도시'를 표방하면서 시작한 이 사업의 지속성을 놓고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이 사업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할 것입니다. 사업 추진 목적과 목표를 이루었는가? 성과와 영향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합니다.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된 이후 원주시민들의 문화적 삶에 어떠한 긍정적인 변화와 선한 영향이 있었을까요? 그 성과를 또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원주시는 '유네스코창의도시' 문학도시로도 선정되었습니다. 전국 연극제와 전국 무용제 등의 큰 행사도 치뤘습니다. 이런 프로젝트와 행사들은 주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과 참여도를 높였을까요? 이는 시민들의 문화적 관심과 수준이 나아졌는가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올해 두 번의 공연을 관람하였습니다. 10월에는 뮤지컬 〈아이즈〉라는 작품, 11월에는 창작무용극 〈淸: 바다를 열다〉라는 작품을 보았습니다. 둘 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이하 한문연)이 지원하는 '방방곡곡' 사업이었습니다. 뮤지컬은 지역의 문화기획과 제작 역량을 높이는 공동제작 지원사업이었습니다. 원주시와 강원도내 3곳의 지자체가 공동으로 재원을 마련하여 추진한 사업이었습니다.

 4개 지자체가 1억6천만원을 출연하고 한문연이 그에 상응하는 재원을 지원하여 총 3억2천만원이 들어가는 공연이었습니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문화 기획 역량과 주민들의 문화 향수 참여 수준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무용극은 한국 전통춤에 기반을 둔 창작 무용작품이었습니다. 지역 사회에선 좀처럼 관람하기 쉽지 않은 장르의 공연이었습니다. 

 전국 연극제와 전국 무용제까지 치룬 도시로서 문화적 저변이 과연 얼마나 넓어졌을까?, 문화도시 사업 등의 효과가 과연 공연장에서 나타날까? 궁금하였습니다. 그러나 관객 수와 열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어떤 사업을 평가하고자 할 때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가 '실적'입니다. 각종 문화정책과 사업 또는 문화기관을 평가할 때 관람객 수의 변화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문화예술 사업은 정량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렵습니다. 주관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지표는 측정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모든 평가의 핵심 잣대가 됩니다. 다만 상대적인 평가인지 절대적인 평가인지 기준은 필요합니다. 전년도보다 나아졌는지 비교하거나 어느 정도 관객이 오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입니다. 그런 점에서 의문을 갖게 된 것입니다. 

 법정 문화도시 사업이 2023년이면 종료되기 때문에 성과를 계승하고 문제를 보완하여 지역사회를 문화로 더 발전시켜나자가는 담론이 이제 만들어져야 할 때입니다. 문화도시를 만드는 것이 5년의 기간과 그 정도의 예산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춧돌을 놓는 사업으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이 사업이 성공하려면 지속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사업의 방향과 기조를 잘못 세우면 하나의 이벤트로 끌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민들이 변화를 체감하고 온 몸으로 느낄 때 '계속하자'고 목소리를 냅니다. 과연 이 목소리가 원주에서 나올까요? 

김기봉 지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행정학 박사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