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6년 섬강을 건너던 나룻배. 일제강점기 흥호리 창말은 학교와 면사무소가 있던 부론 중심지였다.

'원주를 흥하게 하는 강' 흥원강과 강의 이름을 빌린 조창 흥원창은 실제 원주 경제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흥원창이 어디에 있었고 선박으로 물건을 운반하는 조운 기능이 완전히 사라진 이유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흥원창이 사라지고 번화했던 흥원창 앞 시장에 사람의 발길이 사라지자 흥원창과 은섬포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이제 번화했던 흥원창과 은섬포를 기억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992년(고려 성종 11년) 무렵 조운제도를 정비하면서 국가에서 주도적으로 세곡 운반을 주관하였고, 고려의 조운제도는 조선시대에도 이어져 흥원창에는 쌀 200석을 실을 수 있는 배 21척을 배치하였다. 임진왜란 이후 조창 시설과 배가 소실되면서 조선 후기에는 민간 운송업자들이 세수미 운반을 대신하게 되었다. 세수미 대신 화폐로 세금을 내면서 국가의 조운 수요는 사라졌지만, 산업의 발달로 민간이 운영하는 조운업은 더욱 활발하게 운영되었다.

1926년 9월 4일 '문막강안 제방기성(文幕江岸 制防期成)'이라는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당시 서울에서 문막을 오고 가는 상선이 하루에 60∼70척으로 민간인이 운영하는 조운업이 상당히 성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강원도 원주군 건등면 문막리는 경기도로부터 강원도에 들어오는 한강의 요지로 상업의 발전도 관동지방에서는 제일이 되어 경성 방면에서는 상선이 근래 육칠십척씩 매일 왕래하고 강원도지방에서 산물도 전부 문막으로 수출되는 고로 문막에다가 대정14년(1925)도부터 대소두(大小豆) 검사소까지 설치하였는데 근년에는 빈번한 수해에 강안이 파괴되어…(이하생략)"     

필자가 만난 부론면 흥호리에서 집안 대대로 조운업을 운영했던 김종철씨(1920년생, 원주 문막읍)의 증언도 신문 기사와 다르지 않다. 김종철 씨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일제강점기 때 은섬포에서 조운업을 운영했다. 김종철 씨의 증언에 따르면 흥원창 앞 은섬포에 누런 돛을 단 돛배가 줄지어 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고 한다. 충주에서 배들이 줄지어 강을 따라 내려가는 모습도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고 한다. 

또 물이 많고 바람이 좋은 날은 서울 마포나루까지 하루면 갈 수 있었는데, 서울로 갈 때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돌아오는 뱃길은 어려움이 많았다. 바람이 불지 않거나 물이 얕은 여울을 지날 때는 배에 줄을 묶어 배를 끌어 올려야 했는데 무척 고된 일이었다고 한다.

김종철 씨가 증언하는 또 다른 기억에 의하면 당시 화물을 운반하는 상황도 짐작할 수 있는데, 그는 흥원창까지는 큰 배가 다녔고 섬강을 거슬러 문막 가는 배는 작은 배들이었다고 하며, 우마차로 볏가마를 실어와 강 옆에 산더미처럼 쌓아두면 배에 실어 서울로 운반했다는 증언에 따르면 은섬포 주변에 쌀을 보관하는 창고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종철 씨는 서울에서 돌아오는 배에는 고무신 같은 생활용품을 싣고 온 것으로 기억한다. 

물류와 사람이 오가고 돈이 모이는 곳은 시장이 형성된다. 김종철 씨에 따르면 흥원창이 있던 부론 흥호리 주변에도 창고와 주막이 활발하게 운영되었다고 한다. 흥원창은 평창과, 정선, 영월에서 나무를 엮어 서울로 운반하는 뗏군들이 쉬어가는 곳이기도 했다. 

흥원창이 있었던 부론면 흥호리 창말에는 일제강점기 때 학교가 세워지고 면사무소가 있었던 곳으로 부론의 중심지였다. 부론뿐만 아니라 원주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번창했다고 한다. 김종철 씨의 아버지가 운영했던 조운업은 1936년 홍수로 문을 닫았다. 홍수 때 은섬포에 정박해있던 배들이 모두 파괴되고 떠내려가 더 이상 조운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종수 전 원주시학예연구관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