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학들의 학생모집이 저조하다. 학교 존립의 위기론까지 대두되는 상황이다. 저출산 기조로 인한 인구의 감소와 지방 사립대의 난립…. 2020년을 기점으로 학생모집의 어려움은 이미 예상되었던 일이다. 

 각 대학과 정부에서는 정책 개발이나 특성화를 통한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지방대학도 학생 부족에 대한 특별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산업 기조에 따라 몇몇 대학이 융복합,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의 키워드를 적용하여 통해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서울로 향하는 학생, 학부모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연구인력 육성에만 집중한다면, 또한 대학이 모든 교육시스템을 미래산업에 맞춰 일률적으로 전환한다면, 기존 산업에 대한 인력양성은 물론 공급 부족을 초래할 것이다. 수도권 대학과 똑같은 패러다임을 가지고 학생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지방대학의 학생 수준에 맞춘 특성화를 통해 학과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는 원하는 사람 모두 대학에 진학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이에 따라 학력 인플레에 따른 직업 선택의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닌 적은 근무 시간, 더 좋은 복지, 연장근무 없이 개인 활동이 보장되는 직장을 선호하고 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굶지 않는 직업, 시대가 변해도 인력에 수요 요구가 끊이지 않는 직업. 바로 전기, 기계, 산업 설비 등의 기간산업일 것이다. 이러한 기간산업도 임금수준, 근무 여건, 복지 등이 구직자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3D 직종 중의 하나라는 인식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외국처럼 기술자가 대우받는 시대가 우리나라도 올 것이다. 

 원주 유일의 전문대학인 한국폴리텍대학 원주캠퍼스도 전통적 기간산업인 전기, 기계, 산업설비 관련학과와 원주 주력산업인 의료공학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대이상 졸업자(하이테크) 과정과 인문계 고3이 공부할 수 있는 고등학교 위탁과정이 모두 국비로 지원된다. 실무 교육을 통해 지역의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입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신세에 처해 있다. 

 지역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학생을 모집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역 인재가 지역에서 교육받고 지역 산업현장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지역주민과 지자체가 앞장서 지역대학을 지켜야 양질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 지역산업 구조를 분석해 학생 역량을 키우는 특성화가 필요하다.

나승권 한국폴리텍대학원주캠퍼스 의료공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