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곡동 종축장 내 건립 예정이었던 공연장 조감도. 용역비 3억 원이 투입됐으나 사장 위기에 놓여있다.

지난 15년여간 원주시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를 유치한 효과가 컸다. 혁신·기업도시를 모두 유치한 지자체는 전국에서 원주시가 유일했다. 수도권과의 접근성과 사통팔달의 교통망이 주효했다. 원주시가 자력으로 유치했고, 성장동력으로 키웠다.

그러나 유치 과정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도내 다른 지자체의 견제와 반발이 적지 않았다. 성장동력을 원주시가 독식한다는 박탈감이 작용했다. 이때부터 강원도의 ‘원주시 홀대론’이 제기돼왔다. 원주시의 독보적 성장이 마땅찮다는 불만이 원주시 홀대론으로 이어져 온 것이다.

원주시 홀대론의 대표적 사례가 도유지인 반곡동 옛 종축장이다. 인터불고호텔 맞은편 노른자위 땅인 종축장 터 6만1천500여㎡는 2018년 당시 감정가가 400억 원에 달했다. 당시 최문순 도정은 이곳에 복합문화시설 건립을 약속했다. 강원도개발공사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해 강원도는 종축장 터를 강원도개발공사에 현물로 출자하려 했고, 이를 위해서는 원주시의 동의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조건으로 제시한 게 강원도가 약 1천억 원을 부담해 종축장 터에 복합문화시설을 건립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원주시는 명분이 있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에 앞서 강원도는 아이스하키경기장을 강릉에 몰아서 짓는 대신 올림픽이 끝난 뒤 경기장을 원주로 이축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축 비용이 신축 비용에 버금가자 원주시는 이축 비용 650억 원을 강원도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주시는 복합문화시설 건립을 대체사업으로 받아들였다. 강원도는 용역비 3억 원을 원주시에 지원해 대형 공연장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수립 용역이 진행됐다. 용역에서 제시된 게 1천700석 규모의 공연장과 소공연장, 전시·창작 및 3세대 문화플랫폼이었다.

대형 공연장 건립을 요구한 건 원주시가 속한 강원 남부권에 1천석 이상 규모의 공연장이 없어서였다. 원주혁신도시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서도 대형 공연장이 필요했다. 그러나 대형 공연장 건립은 용역비 3억 원만 날린 채 물 건너갔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진태 도지사 취임 이후 강원도가 종축장 터 활용방안에 함구하고 있어서다. 전임 도지사가 약속한 것이어서 원주시도 명분이 부족한 상황이다.

도유지인 소초면 학곡리 옛 드림랜드 활용방안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임 최문순 도정은 옛 드림랜드 터에 드라마 세트장, 소방공무원 운전전문 교육센터 등을 추진하다 무산된 뒤 탄소중립형 국민여가 플랫폼 조성을 모색했다.

부지 매입비 450억 원, 공사비 622억 원 등 약 1천억 원을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옛 드림랜드와 학곡저수지 등에 캠핑 플랫폼, 자동차야영장, 수상체험 플랫폼, 생태교육 플랫폼을 조성하는 것으로, 기본구상까지 완료했으나 이후 진척되지 못했다.

민선 8기 원강수 시장은 옛 드림랜드에 치유의숲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수목원과 휴양림을 조성해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힐링 장소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도유지여서 강원도 의지와 도의회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에 대해 원주시 관계자는 “도유지를 마냥 방치할 수 없기에 강원도와 도의회에서 치유의숲 조성에 동의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