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초·신림 주민 환경반장 자원…농촌 환경문제 해결
마을 청소하고 자원 재활용 앞장…지역 돌봄도 계획 
공공일자리보다 급여 많아 노년층 경제적 자립 촉진

편집자주: 원주시농촌활성화지원센터는 올해부터 환경반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원주시니어클럽으로부터 일자리 사업을 할당받아 농촌 환경가꾸기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 60세 이상 주민들이 거리 청소는 물론 자원 재활용에 힘쓰고 있다. 매월 60만~70만 원의 급여를 받아 노인들의 삶의 만족도도 높이고 있다. 소초면 학곡리와 신림면 용암리에서 운영 중인 환경반장들의 활약상을 소개한다.다.

소초면 환경반장 "학곡리를 더 깨끗하게" 
지난해와 올해(9월 말까지) 원주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관광지는 소금산그랜드밸리였다. 81만1천545명이 방문해 출렁다리의 아찔함을 즐겼던 것. 소금산그랜드밸리 다음으로 치악산국립공원(구룡사 방향)이 관광 명소로 기록됐다. 황장목 숲길에서 시작하는 천혜의 등산 코스 덕분에 69만1천131명이 이곳을 찾았다. 

외지인들이 남긴 쓰레기는 골칫거리였다. 국립공원 안은 치악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가 정리하면 그만이지만, 소초면은 특별한 관리 주체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학곡삼거리부터 국립공원 입구까지 쓰레기가 나뒹굴곤 했다. 길거리에 무심코 버린 과자봉지, 담배꽁초, 페트병 하나하나가 학곡리는 물론 치악산의 이미지를 퇴색시켰다. 

그런데 올해는 학곡리 거리가 눈에 띄게 깨끗해졌다. 원주시농촌활성화지원센터(이하 농활센터)에서 임명한 환경반장들이 거리 곳곳을 청소했기 때문. 쓰레기를 한곳에 모으고 선별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원주시농촌활성화지원센터 문병선 사무국장은 "윤영구 마을활동가를 중심으로 김종두, 안정기 어르신께서 환경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쓰레기 수거, 자원 재활용, 노인 일자리까지 제공해 일석삼조"라고 했다. 

환경반장은 농활센터의 노인 일자리 프로그램이다. 원주시니어클럽으로부터 11명의 일자리를 할당받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초 환경반장을 뽑는다는 소식에 소초면 마을활동가인 윤영구 씨는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과거 원주가톨릭농민회 사무국장으로 일하며 농촌활성화에 관심이 깊었던 탓이다.

윤 활동가는 "2018년 소초에 정착했는데 마을 일을 하려 하니 이웃들과 안면을 트는 게 중요하게 여겨졌다"라며 "환경반장을 통해 거리를 깨끗하게 하면 사람도 사귀고 농촌활성화에도 보탬이 될 것 같아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니어클럽 일자리 사업의 하나라 50대인 윤영구 씨는 마을활동가 자격으로만 참여하고 있다. 거리에 쌓여 있던 쓰레기 더미를 하나하나 치우니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그러다 학곡1리 이장의 신임을 얻어 환경반장에 참여할 주민(김종두·안정기 씨)을 모집할 수 있었다. 

김종두·안정기·윤영구 환경반장은 오전9시부터 정오까지, 오후1시부터 3시까지 활동한다. 집게와 쓰레기봉투를 손에 들고 거리를 깨끗이 하는 것. 이들이 한 주간 모은 쓰레기만 해도 십여 자루에 달한다. 고철같이 돈이 되는 재활용품도 따로 분리해 쌓아둔다.

윤영구 활동가는 "처음에는 누구 하나 관심 두지 않다가 거리가 깨끗해지니 고마움을 표시하는 주민이 많아졌다"라며 "최근에는 공동화장실을 설치해 마을을 더 깨끗이 하자는 의견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반장 프로그램은 노인들의 경제적 자립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지자체가 추진하는 공공일자리 급여보다 두 배가량을 벌 수 있기 때문. 처음엔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던 일이었는데 지금은 의향자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내년에는 환경반장 일을 통해 돌봄 사업도 추진할 요량이다. 윤 활동가는 "소초면은 아직 시골이라 쓰레기차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 있다"며 "이런 곳들을 가가호호 방문해 환경을 살리고 어르신들 건강도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신림면 환경반장 "미관 정비 솔선수범" 
올해 용암1리 이장 5년차인 김영일 씨는 매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순찰한다. 이는 마을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김 씨의 오랜 습관이다. 분리수거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농촌의 고질적인 문제를 접하고 나서부터다. 

용암1리에는 지정된 쓰레기장이 3곳 있었다. 일주일에 두 번 오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차량(이하 쓰레기 수거차)에 맞춰 쓰레기를 분리·배출하도록 안내했다.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쓰레기 수거 차량은 분리된 폐기물만 실어갔고, 나머지 쓰레기는 그 자리에 계속 쌓여갔다.

마을사람들이 모여 정기적으로 처리했지만 매번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컸다. 쓰레기장 중 하나인 신림역은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까지 쌓이면서 처지곤란이 됐다. 농촌실정을 고려해 각 리의 쓰레기를 한 곳에 모아 분리와 상관없이 폐기차량이 수거해갔지만 분리수거 문화를 정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김 씨는 과감히 신림역 쓰레기 수거장을 폐쇄했다. 마을 쓰레기장 2곳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올해부터 환경반장 사업을 시범운영했다. 환경반장 사업을 시작하게 된 또 다른 계기는 마을에서 노인일자리 공익형 사업에 참여하던 두 명이 올해 심사에서 탈락하면서 이들의 노인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 환경을 지키고 노인의 일자리를 보장하기 위해 시작한 환경반장은 현재 용암1리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사업이 됐다.

김 이장이 매일 아침 자전거 순찰을 하는 이유는 바로 마을의 쓰레기장 현황을 살피기 위해서다. 매일매일 곳곳을 둘러보며 불법 투기된 쓰레기를 확인하고 쓰레기장의 분리수거 상황을 살핀다. 환경반장 노인 두 명은 주민들이 버린 쓰레기 중 제대로 분리수거 되지 않은 것들을 다시 분리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김 이장은 인력을 더욱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경로당 급식도우미 주민 2명도 환경반장 업무를 함께 하도록 배치했다. 식사당번이 없을 때는 환경반장 노인들과 분리수거 업무를 맡는다. 

환경반장은 분리수거 외에도 마을 미관을 위해 다양한 정비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계절마다 마을 화단에 꽃을 심고 가꾸는 일은 물론,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는 등 마을일에 솔선수범이다.

김 이장은 "환경반장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용암1리 주민이기에 본인 일처럼 애정을 갖고 마을을  정비하는데 힘쓴다"며 "어르신 일자리 창출은 물론 마을의 고질적인 쓰레기 문제까지 해결하는 환경반장이 다른 농촌지역으로도 확대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급식도우미이자 환경반장 업무를 같이 맡고 있는 홍정숙 씨는 "환경반장 사업을 시작하면서 마을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며 "환경반장의 수고로움을 알기에 주민들이 격려해주고 더욱 주의해서 쓰레기를 버린다"고 말했다.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시범 운영한 환경반장 사업은 내년에 다시 시작된다. 김 이장은 사업이 잠시 중단돼 몇 개 월동안 주민들이 얼마나 스스로 분리수거를 잘할지 궁금하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최다니엘·박수희 기자

최다니엘·박수희 기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