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가로수 관리 특화사업을 한다는 원주투데이 기사를 읽고, 꽉 막힌 하수구를 뻥 뚫은 것처럼 속이 시원했다. 그동안 원주시가 가로수에 대해 너무한다는 생각을 해왔기 때문이다. 매년 봄, 남루하게 헐벗은 가로수를 볼 때마다 가로수에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인간의 눈높이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가지를 무차별적으로 싹둑 잘라와서다. 인간의 눈높이란 교만하기 짝이 없다. 가로수 가지가 조망권을 해친다는 건 내 시야에 거슬린다는 의미다. 눈에 거슬리니 가지치기를 해 달라고 시청에 민원을 냈을 것이다. 

 내 가게의 간판을 가린다는 주장도 가로수 입장에서 판단하면 참으로 이기적인 발상이다. 가로수 스스로 그곳에 뿌리를 내린 게 아닌데, 간판을 가린다고 가지치기를 한다니 말이다. 가로수 가지가 전선에 닿아 정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는 일견 수긍이 간다. 다만 처리방식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수종마다 특징이 있고, 같은 수종이라도 나무의 모양은 제각각인데, 바리깡으로 군인 머리 밀 듯이 천편일률적으로 윗가지를 싹둑 잘랐으니 볼품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런 점에서 원주시의 가로수 관리 특화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좀스럽지만 첨언 하자면 수목 전문가가 가로수 관리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길 바란다. 원주시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아니다. 공무원은 행정 전문가이듯 수목 전문가는 나무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다. 수종 별로 맞춤형 진단과 처방을 할 수 있으니 최적의 관리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다른 지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구름형 또는 우산형으로 가로수 수형을 조절한다고 하는데, 지역별로 토질, 수질, 날씨가 조금씩은 다르니 원주에 적합한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하기에 전문가 참여를 요구하는 것이다. 

 가을마다 되풀이하는 상상인데, 원주시에서 특정 구간을 정해 낙엽이 제멋대로 쌓이도록 방치하는 건 어떨까? 중앙시장에서 기독병원 가는 구간이나 단구동 청솔7차아파트와 두산아파트 사이 가로수는 가을 낙엽이 일품이다. 특정 구간을 정하고, 보름쯤 낙엽을 쓸지 않는 것이다. 낙엽을 밟으며 가을을 만끽하는 즐거움을 누려보자는 것이다. 일부러 먼 걸음을 하지 않아도 가을에 풍덩 빠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로수에 미련을 갖는 건 도시의 품격과 직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가끔 외지에 갔을 때 멋진 가로수를 만나면 왠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마음이 여유롭고 풍족할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삭막한 도시 풍경에서 가로수는 오와시스 같이 여유로운 정서를 제공한다. 탁한 공기를 정화하는 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으니 가로수의 효능을 우리가 잊고 사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원주시가 심은 가로수 중 가장 많은 게 은행나무인 이유는 원주시 시목이 은행나무이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론 대한민국 최고의 은행나무로 천연기념물이기도 한 문막읍 반계리 은행나무를 꼽는다. 수령 1천 년인 반계리 은행나무 앞에 서면 영겁의 시간이 느껴지면서 인간의 세속적 시간은 하찮게 보인다. 한국관광공사가 한 번쯤 가봐야 할 인생 단풍 명소로 꼽은 전국 5곳 중 반계리 은행나무가 포함된 건 가치가 증명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본다. 

 안타까운 건 찾아갈 때마다 세월의 무게로 은행나무 가지의 처짐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1천 년을 버텨왔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만 안타까운 건 어쩔 수 없다. 언제까지 버텨줄지 알 수 없으니 이제는 반계리 은행나무의 후계목 양성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본다. 원주의 큰 자산이어서다.

 

이남우(반곡관설동 주민)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