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원주 복합문화교육센터 진달래홀에서 열린 그림책 대담.

지난 2일 진달래홀에서는 제7회 원주 그림책 포럼 '그림책 Inside out'이 개최됐다. 전국의 그림책 작가 및 관계자 200여 명이 참가한 이번 포럼에서는 그림책 강연, 문화예술 관계자 대담, 주제 포럼 등이  진행됐다. 

문화예술 관계자 대담은 원주에서 2회에 걸쳐 개최된 그림책 프리비엔날레가 지속가능한 도시브랜드이자 지역 문화자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고민이 필요한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대담의 주요내용을 정리했다.

전문가 대담 / 원주 그림책 비엔날레의 가능성은?

김선애 원주시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 사무국장

그림책은 원주 문화발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첫 번째, 원주라는 도시에서 문화 발전을 위해 그림책 중심으로 많은 연대의 모델이 만들어져 왔다. 그 영향은 다른 분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두 번째, 원주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혁신도시, 기업도시, 문화도시, 도시재생, 유네스코 창의도시 등 대규모 국가 공모사업에 모두 선정돼 진행 중인 지자체이다. 국가 공모 사업을 지역 정책화 모델로 전환하는 사례가 그림책 도시 사업에서 나왔고, 원주만의 지역 문화를 만들어 왔다.

그렇다면 어떻게 질적 성장을 이룰 것인가. 각 기관별, 단체별, 개인적으로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원주 전체의 시선에서 정리되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9월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 독서대전, 문학의 달 행사, 그림책프리비엔날레 등이 열렸는데 서로 연계하고 시너지를 내려고 했는지, 시민을 중심에 두고 생각해 봤는지 돌아봐야 한다. 

원주 문화예술 분야가 발전하려면 사업구조가 필요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야 한다. 원주시는 문화비전 2020 이후 종합문화정책 수립이 없다. 행정을 포함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문화 예술인들의 노력으로 이룬 결과를 한 곳으로 모으고 전략을 수립해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원래 그림책축제로 출발했던 축제가 왜 비엔날레로 변경되었나?

최지만 2021 원주 그림책 프리비엔날레 감독
20여 년 전 시민들의 문화적 자산이 됐던 그림책 문화 활동 자체가 압축적으로 질적으로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면서 그 시발점을 제가 마련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림책을 단순히 축제가 가진 일회성이나 이벤트성 경향이 아닌 비엔날레라고 하는 이름으로 좀 더 승격화 시켜보고 그 비엔날레가 또 도시 문화로 안착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작년에 그런 시도를 하게 됐다. 

 

그림책 관련 다양한 전시·행사와 비엔날레는 어떻게 다른가? 또 어려웠던 점은?

이상희 원주그림책센터 일상예술 센터장
두 차례 거듭해서 프리 비엔날레를 하면서 현장 감각이 점차 생긴 것 같다. 이번에 아트디렉터를 맡으면서 본격적인 비엔날레를 준비하려면 당장 사무국을 꾸리거나, 포럼 후 비엔날레에 대한 기획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지만 감독님을 비롯해 모두가 함께 이 장에 모여서 좋을 일을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4대 비엔날레로 언급되는 광주비엔날레나, 부산비엔날레 등 조직체계 및 사례는?

최지만 감독: 하나의 도시 문화가 브랜딩화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시민의 활동과 관심이다. 비엔날레화 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나 연구, 행정적인 여러 요소가 필요하지만 원주의 경우는 이러한 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광주 비엔날레나 부산 비엔날레는 시민들이 이에 대한 큰 자긍심을 갖고 5회 이상, 10년 정도를 진행하면서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데 원주 역시 그러한 시간과 경험 축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엔날레 형식의 그림책 행사는 세계적으로 원주가 처음 시도한다고 들었는데, 혹시 유사한 경우가 있는가? 원주의 그림책 비엔날레 개최 시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이상희 센터장: 비아이비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가 가장 유사한 모델이지만 순수 그림책 중심의 비엔날레는 원주가 처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이 매년 해외 전시를 보러 가거나 초청을 받곤 했는데, 이제는 케이픽처국의 여세를 몰아 원주에서 해외전시를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화관계자 플로어 토론

김병재 어반마이너 대표
비엔날레는 현대미술의 시대성을 보여주는 전시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고 이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다. 비엔날레는 좋은 작가들이 많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기획하고 시대성에 대한 담론이나 보여주는 형식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감독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예술감독 주변으로 다양한 전문가나 재원들이 붙게 되면서 보다 전문적인 영역의 사람들이 필요하고, 홍보부터 기획, 예산 등을 고려했을 때 어느 정도 수급이 가능한 상황인지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

한편, 비엔날레는 기본적으로 전반적인 기획을 맡은 전문가 한 사람을 위한 행사로 국내 비엔날레는 감독들의 해외 행사로 가기 위한 등용문이다. 이러한 특징을 감안했을 때 원주가 그림책 도시를 알리기 위한 방법으로 비엔날레 형식이 적합한지 고민해봐야 한다.

최미옥 시의원
원주시는 문화예술 분야 지원에 굉장히 집중하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 분야는 전문성이 필요한 행정가들이 필요하지만 공무원 특성상, 순환 보직이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 시의회에서는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위해 원주시에 없는 문화예술교육지원 조례를 검토하고, 비엔날레 지원과 관련해서도 조례 제정을 위해 앞서 재단 설립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관선 원주민회 회장(전 원주시 국장)
40여 년 전 첫 공직생활을 시작했을 당시, 원주시는 타 지역에 비해 문화 불모지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으나 제1차 법정 문화도시가 되고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로 선정되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가능했다.

하지만 처음 법정 문화도시 사업을 신청할 때 행정조직 내부를 설득하는 작업이 매우 어려웠다. 조직 내 인사부서부터 의회를 설득해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과 더불어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도 힘들었다.

법정 문화도시 사업이 벌써 내년이면 4년차에 접어들고 그림책 센터 설립도 1년이 넘었지만 아직 시민들에게 알려지고 공감대가 형성되기는 좀 부족하지 않나 생각된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업을 알리고 확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홍연희 원주문인협회 회장
문화도시 안에서는 그림책을 제외하면 아직 예술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자리가 많이 없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예술인들 역시 이러한 행사에 대한 관심이나 참여가 적다. 예술인들을 활용해 시민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자리가 있길 바란다. 신인 예술인들에게 원동력이 될 수 있는 행사나 예술가와 시민, 청년들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신설돼 예술인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아지길 기대한다.

김성수 원주문화재단 ACP 운영팀장
재단에서도 예술가 분야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분야들이 많이 있다. 지역 예술인들 위주로 참여하실 수 있도록 개편하고 있고, 시각 공연 분야, 문학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정종은 상지대학교 교수
문화비전 2020 이후 문화정책 수립의 필요성에 전적으로 동감하며 수립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원주의 종합적인 문화 비전을 담은 계획은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원주시를 위해 많은 일들을 하는 분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담기고 조정이 이루어지면 생산적인 비전과 전략들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또한, 원주 문화계는 이제 질적인 성장의 시대, 성숙기 시대로 넘어가야 하는 전환점이다. 그간의 경험과 실험을 통해서 축적된 것이 무엇인지, 시민들의 삶의 질과, 도시 브랜드와 연관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과를 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라고 했을 때 전문적인 기획자나 실행자 등 인재들을 우리 지역에서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며, 문화적인 활동에 애착을 가지고 주인이라고 느끼는 시민들의 확산에 따라 향후의 성패가 달려있다.

이혜윤 오랜새벽 대표
예술적 기능으로 사회 문제를 다루려는 시도들을 하고 있다. 희매촌 성매매 집결지를 해체하는 방법에 대해 문화예술로 해결할 수 있는지 등을 고민하면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에 대한 고민의 지점은 비엔날레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것과 같다고 느꼈다. 

시민들에게 자긍심을 줄 수 있는 행사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그렇다면 이러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어떻게 정책에 반영되는지, 무슨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등 실질적인 데이터나 성과에 대해 궁금하다.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문화예술을 해보고 싶다. 비엔날레 역시 시민들이 어떤 식으로 어디에 의견을 제출하는지를 안내하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길 기대한다. 

최보연 상지대학교 교수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활동이 이어질 수 있게 하기 위한 방법을 얘기하고 싶다. 원주에는 다양한 문화적인 자원이 있으나 학생들 중 그게 자신의 문화적 토양으로 연결된다고 인식하는 친구들은 거의 없다. 원주에서 자랑하는 엄청난 자원들에 대한 자부심을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20년 간 불모지에서 문화도시가 되기까지의 엄청난 문화적 시민성이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지, 그림책 등을 기반으로 한 문화예술 교육과 경험 등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시민들의 니즈를 어떤 식으로 정책적 열린 방법을 통해 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조국인 원주청년생활연구회 회장
청년이 지역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로 인력양성이나 청년 사업 기관들의 종합적인 계획 등 체계가 필요하다. 원주시에서는 많은 인력 양성에 대한 모델들을 추진해왔는데 이를 꾸준히 실행하고 당장 성과가 나지 않더라고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여하는 청년을 발굴하고 그들이 하고 싶은 것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업으로 삼을 수 있게끔 지원하는 것들이 뒤따라야 한다.

조수정 매버릭랩 대표
매거진 점점을 만들면서 문화도시와 함께 작업하고 있다. 원주에 온지 10년이 됐지만 문화적으로 같이 일하고 얘기할 수 있는 이들이 없다는 아쉬움이 컸다. 이러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경우들이 많았는데 오늘 비엔날레 포럼도 그렇고 최근에는 이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 같은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변해원 원주영상미디어센터장
물리적 도시의 변화들이 더 중요하냐 문화를 통한 도시의 변화가 더 중요하냐에 대한 질문들에 어떻게 동의를 구해 가느냐가 우리에게 지금 던져진 숙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현재 아카데미 보존사업을 진행하는 보존위원회 입장에서도 공감하는 바이다.

오원집 원주시유네스코창의도시 운영위원장
문화예술이 우리에게 왜 중요한가에 대해 경제에 대해 관심이 높은 시장님께는 경제효과와 관련해 설득을 한다. 이렇듯 시민들에게도 문화예술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설득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엔날레 역시 지속 가능하게 하고 싶다면  우선 유네스코 창의도시 사업 관점에서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그림책 수업을 하며 직접 만들고 참여하게 하여 그 과정을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문화예술 전반에 걸친 사람들의 단합으로 관련 예산 등을 요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세계적인 비엔날레 축제를 위해 소규모 예산으로 매회 외국 한 곳 정도를 초청해 행사 규모를 키우는 것도 자연스럽게 그림책도시 원주를 세계에 알리는 방법이 될 것이다.

 

박수희 기자  nmpr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