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 양 모양 청자가 발견된 무덤이라고 알려진 1호 무덤(□)과 1973년 대량의 유물이 출토된 2호 무덤(○), 발견자 홍병주 씨가 밝힌 조사되지 않은 무덤(☆).

부론면 법천리 양 모양 청자는 발굴조사를 통하여 발견된 유물이 아니어서 유물이 발견된 무덤의 위치와 출토 당시의 상황은 발견자의 증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유물이 신고되고 유물 평가 회의에 참석했던 김원용 선생도 현지를 방문하여 발견 신고자 홍병주 씨에게 양 모양 청자의 출토 상황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관점이 다를 경우 잘못 전달되고 해석되어 사실이 왜곡될 수도 있다. 법천리 무덤에서 찾은 양 모양 청자가 발견된 무덤이 그렇다.
홍병주 씨는 양 모양 청자를 발견하던 1973년 4월 두 개의 돌로 쌓은 석실(石室) 무덤에서 유물을 발견하였다. 한 무덤은 무덤의 천장까지 남아 있었고(2호 무덤), 또 다른 무덤은 천장과 벽 대부분이 파괴되고 바닥 부분만 남아 깊이가 얕은 무덤(1호 무덤)이었다.

온전하게 남은 2호 무덤에서는 기수(騎手)가 말을 탈 때 발을 거는 발걸이 등자(鄧子) 두 개 중 하나와 음식을 담는 다리가 셋 달린 그릇인 청동 초두(鐎斗), 여러 점의 토기, 금동 신발 조각 등 많은 유물이 발견되었다. 그에 비하여 다른 무덤에서는 양 모양 청자와 토기 몇 점이 발견되었을 뿐이다.

발견 과정도 2호 무덤은 덮개돌이 크고 무거워 동네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비교적 온전한 상태여서 깊이 땅을 팠기 때문에 그에게 더 인상 깊었다. 유물 발견 당시 상황을 물으면 홍병주 씨는 2호분 중심으로 증언한다. 무덤의 번호는 1973년 김원룡 교수가 부여했고, 1999년 시행된 발굴조사 보고서에서도 그대로 따랐다.

그런 이유로 1973년 10월 김원용 선생이 현지 조사를 했을 때도 2호분 위치에서 사진을 찍었다. 필자가 10월 10일 홍병주 씨로부터 발견 당시의 상황을 전화로 들었을 때도 2호분 중심으로 이야기하였다. 그러나 김원용 선생이 1973년 고고미술 120호에 발표한 양 모양 청자 발견 위치와 그의 증언이 달라 정확한 위치 확인을 위하여 홍병주 씨를 방문하였다. 홍병주 씨의 집은 양 모양 청자가 발견된 밭과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 양 모양 청자를 발견한 곳에 서 있는 홍병주 씨.

2022년 10월 16일 양 모양 청자가 발견된 밭에서 홍병주 씨로부터 발견 당시의 상황을 다시 들을 수 있었는데 그는 새로운 사실을 말해 주었다. 양 모양 청자가 발견된 곳은 1호 무덤이 아니고 대량의 유물이 출토된 2호 무덤도 아니었다. 청자 양이 발견된 곳은 그가 농사를 지었던 밭의 동남쪽 모서리였는데, 홍병주 씨의 옆집 담장과 5m 남짓 떨어진 가까운 거리였다.

그가 지목한 양 모양 청자를 발견한 곳은 그의 집과 무덤이 발견된 밭 사이에 있는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이다. 그에 따르면 1973년 당시 밭이었으나 1980년대에 폭이 좁은 길을 시멘트로 포장하면서 확장하여 현재와 같은 도로가 되었다. 발견 당시 무덤은 바닥 부분만 남아 있었다고 한다.

더욱 새로운 사실은 김원용 교수가 지목한 1호 무덤은 1962년 무렵 홍병주 씨의 아버지가 금동 신발을 발견한 곳이라고 말해 주었다. 금동 신발이 발견될 당시를 홍병주 씨는 초등학교 4학년 무렵으로 기억하고 있다. 오래된 기억이라 혼돈이 있을 수 있어 당시 상황을 자세히 물어보았다. 

금동 신발을 발견한 때를 1962년 무렵으로 기억하는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군에 다녀온 형(1933년 생)이 취업하기 전(1∼2년) 잠시 아버지를 도와 농사를 지을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후 그의 형은 취업하여 외지 생활을 했기 때문에 홍병주 씨가 성장하기까지 아버지 혼자 농사를 지었다. 

금동 신발이 발견된 날 어린 홍병주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학교는 옛 무덤이 무리지어 있는 밭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수업 중 동네 사람이 모여 떠들썩하여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밭에 가보니 금동 신발과 청동 초두 보다 자루가 길고 다리가 없는 그릇(1973년 홍병주 씨 본인이 발견 신고한 청동 초두와 비교하여 설명해 주었다)과 토기 항아리, 사람 뼈가 나왔다고 한다.

그가 기억하는 금동 신발은 부서진 곳 없이 온전했고 녹슬지도 않았으며, 어른 신발보다 훨씬 큰 크기였다고 한다. 사람 뼈는 결핵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약으로 쓴다고 가져간 사실도 홍병주 씨는 기억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무렵의 어린 나이이고 오래된 기억이지만 비교적 생생하게 그날의 일을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금동 신발과 사람 뼈가 가지는 특별함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의 어린 시절, 오랜 기억이 사실로 여겨지는 것은 1999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발굴조사를 할 때 1호 무덤에서 부서진 금동 신발 조각이 발견되었는데, 1962년 무렵 발견된 금동 신발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으로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홍병주 씨는 그의 아버지가 찾은 금동 신발이 발견된 1호 무덤과 1973년 본인이 찾은 양 모양 청자가 발견된 무덤을 확실하게 구별하여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1973년 청자 양이 발견된 새로운 무덤을 발견자로부터 49년 만에 새로 확인하였지만, 1962년 무렵 발견된 금동 신발은 어디에 있을까? 

 

박종수 전 원주시학예연구관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