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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옆에 경사로가 있는 풍경

계단 옆에는 경사로가 있는 풍경이 자연스럽듯이, 아직 많은 장애인이 찾지 않더라도 배리어프리 공연은 '일상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임승환 곁대표l승인202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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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공연은 배리어프리로 만들 거야'라고 선언하듯이 처음 내뱉었을 때, 내가 생각해도 조금 뜬금없었다. 공연을 만드는 중에도 이따금 나 자신에게 물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나중에 딱 찾아오는 대답이 있었는데, 그것은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어떤 것, '사회적 분위기', '문화' 이런 것이었다.

 동료 예술가가 배리어프리 공연을 만들었다는 이야기, 장애인들이 투쟁하고 있다는 뉴스, 왜 장애인을 만나지 못할까 하는 짝꿍의 질문. 이런 이야기들이 내 주변을 꾸준히 스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냥' 무르익은 것이었다.

 말을 밖으로 꺼내었으니, 공연을 잘 만들어서 잘 내어놓아야 할 터인데, 그 과정이 녹록지는 않았다. 높고 낮은 장벽들이 겹겹이 놓여 있었다. 먼저, '제작비와 수고로움'이다. 배리어프리 공연을 만들겠다고 마음먹고, 머릿속으로 대략 제작과정을 그려보면 이 부분은 금방 알게 된다.

 수어 통역사, 음성해설을 위한 사람과 장비, 휠체어석, 안내견 등등. 이미 예견된 비용과 고생을 알지만, 그것을 감수하고 만들겠다는 것이니, 심리적으로는 낮은 장벽이다. 다만 제법 강도가 센 장벽이다. 이 장벽은 다음의 장벽과 이어져 있다. 

 '인프라의 부족'이다. 수어 통역사를 섭외하는 것부터 만만치 않았다. 수어를 필요로 하는 곳은 많은데, 수어 통역사가 적어서 그분들이 바쁘다. 더욱이 전문공연통역사는 더 적다. 다행히 새로운 도전에 마음을 내어주신 통역사님 덕분에 가능했다. 음성해설 송수신기를 안타깝게도 원주에서는 찾지 못해서, 사용에 불편한 유선 장비를 구매해야 했다.

 다행인 것은, 공연장은 건물 입구에서부터는 턱이 없고, 엘리베이터, 휠체어석, 장애인 화장실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두 번째 장벽이 낮아진다면, 첫 번째 장벽도 더불어 같이 낮아질 것이다. 

 몇 가지 장벽은 건너뛰고 끝판왕을 만나보자. '일상적인 문화'에 관한 이야기다.
홍보를 위해 찾아간 몇몇 협회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반응이었다. 협회 일정이 바쁘다 보니, 공식적으로 인솔해서 가기는 힘든 상황이라 했다. 대신 자체 네트워크를 통해 홍보해 주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러 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회의적인 전망이 아쉽기는 했지만, 덕분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회의적 전망의 이유는 아마 공연을 보러 가는 일이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 잡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일상적이라는 것은 '재미난 공연'이 있고, 그것에 대한 '정보'를 접하며, 관람 욕구가 동하면 -단체 행사의 성격을 띠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쉽게' 공연장을 가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알다시피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공연 한 편을 보는 것은, 장애인 이동권, 경제적 여유, 정보 접근성 그 외에도 내가 모르는 또 많은 것들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전 사회적인 배리어프리가 필요한 것이다. 이 연결된 큰 이야기 속에서 공연예술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장애인에게도 재미난 공연 즉, 배리어프리 공연을 만드는 일이다.

 온종일 단 한 번도 휠체어가 지나간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계단 옆에는 경사로가 있는 풍경이 자연스럽듯이, 아직 많은 장애인이 찾지 않더라도 배리어프리 공연은 '일상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처음에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데 뭐하러 가나 했다. 수어 통역이 있다고 해서 그냥 심심하진 않겠다 하고 구경했는데 재미있었다. 많이 신난 건 아니다. 같이 간 친구들도 나름 신기하고 괜찮다고 했다"-어느 농인의 공연 후기 중에서
이 공연 하나를 만드는 데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그분들께 고마움을 전한다.


임승환 곁대표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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