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지대길에서 개최된 원주 하이볼축제. 상지대길이 학생과 시민들로 가득 찼다.

 소비재를 파는 회사는 막대한 홍보비를 쓴다. 치킨, 소주, 빵, 라면, 휴대폰, 백화점 등 누구라 할 것 없이 TV 광고를 하고 이벤트도 한다. 고용한 전문가가 매일 판촉행사를 만든다. 공짜 선물을 주고 추첨 선물을 주고 특별 할인을 하고 적립도 해준다. 필수 마케팅 비용이다. 골목형 상점가는 크게 한덩어리로 보면 옆으로 길게 누운 마트 혹은 푸드 코트다. 대형 업체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면 광고도 하고 이벤트도 해야 한다. 이걸 못 하면? 시들다가 고사할 수밖에 없다. 

 상지대길 골목형 상점가는 아니나 다를까 고목처럼 시드는 중이었다. 상인들이 영세해서 마케팅을 할 형편이 못 됐다. 영업환경도 나빠졌다. 터미널이 이전하고 대학생 수가 줄어들고 대학 통학버스가 다니고 코로나가 터졌다. 일방통행 길을 놓고 지방정부와 대립했다. 정부 지원도 없었다. 가뭄의 단비는 어디로부터 오는가?

 우산동 도시재생사업은 마중물 사업이다.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사명이다. 바로 이 점, 변화를 일으켰다는 점에 한정해서 원주 하이볼축제는 성공이었다. 학생과 원주시민으로 상지대길이 가득 찼다.

 세 번 행사가 다 그랬다. 우산동 주민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내가 다시 젊어진 것 같다!", "30년 전 모습을 다시 보는 것 같다". 많은 분이 감격스러웠다고 고백했다. 대체 무엇이 사람들을 축제장에 나오게 했을까? 다음 행사를 준비할 분을 위해 꼽아보자. 

 첫 번째는 공짜 유리컵이다. 누구나 공짜를 좋아한다. 많은 사람이 영롱한 빛이 나는 고급스러운 유리컵을 받으러 상지대길에 왔다고 말했다. 하이볼 '컵' 축제였던 셈이다. 행사를 준비하는 기획 단계에서 이미 우산동 도시재생센터의 코디네이터들은 이점을 꿰뚫어 봤다.

 그들은 "컵은 가능한 한 고급진 걸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돌아보면 여기가 매우 중요한 지점이었다. "돈이 많이 드는데 왜 고집을 피우느냐. 그냥 싼 걸로 하라."고 지시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축제의 주요 타겟인 청년들을 가장 잘 이해한 건 비슷한 연령층인 코디네이터들이었다. 그들의 결정이 옳았다. 성공을 불렀다. 축제라는 이름은 허울일 뿐 본질은 상가 마케팅이고,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맞추는 것이 핵심이다. 

 두 번째는 하이볼이다. 막걸리나 맥주, 소주였으면 어땠을지 생각해 보면 된다. 기획하는 단계에서 여러 젊은이들에게 물어물어 하이볼을 찾아냈다. 반대도 물론 있었다. 어쨌거나 소비자에게 답이 있다. 세 번째는 목요일이다. 상지대의 주말은 금요일이 아니라 목요일이란 사실. 역시 학생들과 소통하며 알게 됐다.

 네 번째는 길이다. 유럽풍으로 멋지게 단장한 상지대길. 인도와 차도에 테이블을 잔뜩 늘어놓았다. 누구라도 앉아서 하이볼을 마시고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늦여름 초가을 밤의 정취를 만끽하며 탁 트인 길 한가운데 앉아 마음껏 수다 떨며 마시는 하이볼은 꽤 낭만적이다.

 요즘 젊은이들 말로 갬성 있다. 이 분위기를 내려고 길을 막고 차를 우회하게 했다. 단 몇 시간을 위해 몇 달 전부터 공을 들였다. 욕도 많이 먹었다. 버티기가 중요하다. 존버정신! 그 외에도 많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공연도 좋았다. 상지대 동아리 '돌핀스'와 '마야'의 노래꾼, 춤꾼이 만든 분위기가 쩔었다. 코로나도 거들었다. 갇혀 지낸 답답함이 사람들을 거리로 나오게 했을 것이다. 운도 좋았다. 그날따라 쏟아지던 비가 그쳤고 태풍도 비껴갔다.

 우산동 도시재생센터의 코디네이터들이 연일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했다. 유인원 회장의 근성과 무한 봉사가 있었다. 상인들은 새벽까지 음식을 만들었다. 끝없이 많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중요한 건 모두 언급한 것 같다. 상지대길은 살짝만 건드려도 폭발하는 인화성이 매우 높은 길임이 세 차례 하이볼축제로 입증됐다. 다른 행사보다 비용은 10분지 1도 안 되고 효과는 몇 배나 크다. 

 상지대길이 원주를 대표하는 젊음의 거리 문화의 거리로 발돋움할 일만 남았다. 상지대길이 홍대 앞처럼 전국의 젊은이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면 좋겠다. 하이볼축제가 4월부터 8월까지 매주 주말에 열리는 목포 건맥축제처럼 정기적이고 장기적으로 열려서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보러오면 좋겠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다. 상지대길 상인회의 분발과 원주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한다.
 

백승우 우산동도시재생센터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