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극장이 다시 위기에 빠졌다.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원강수 원주시장이 임명한 인수위원들이 인수위 활동 결과보고서를 통해 전임 시장이 중점 추진했던 거의 모든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고 한다.

 그런데 재검토 사업 목록 중에 아카데미극장 보존 사업도 들어 있다는 것이다. 추진 사업 성과가 미비하거나 불필요한 예산 집행, 계속적인 재정 투입으로 발생하게 될 부실 운영을 이유로 제시했다고 한다. 특히 아카데미극장에 대해서는 수익 구조상 투입 대비 매년 적자 운영이 될 것이라는 이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아카데미극장은 이미 올해 1월 원주시가 매입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선출된 시장이 이를 재검토한다는 것이다. 너무 황당한 뉴스를 들으면서 저 분이 원주시장님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카데미극장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원주시민들이 노력해왔던가? 그런데 원주시장님은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원주시에서 매입한 아카데미극장을 다시 매각하려는 것이다.

 아카데미극장에 대해 수익 구조를 따진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아카데미극장은 원주시민의 문화생활을 윤택하게 해줄 공공기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공공기관에 대해 수익 구조를 따진다면 공공기관인 원주시 소속 공공 도서관들도 모두 폐관해야만 한다. 공공기관에서 적자가 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공공기관의 설립과 존재의 이유가 수익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화시설이자 공공기관인 아카데미극장 보존에 대해 수익 문제를 따지는 것 자체가 원주시장님을 비롯한 인수위원들의 공공기관에 대한 몰이해와 무지한 문화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수익 구조상 매년 적자 운영이 될 것이라는 말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아카데미극장은 우리나라 유일의 단관극장이다. 광주극장도 있지만, 1935년 개관한 원래의 광주극장은 1968년 화재로 사실상 소실되었다. 현재의 광주극장은 1968년 화재 이후 원래의 건물을 대대적으로 개보수한 극장이기에, 1963년 개관하여 지금까지 원형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아카데미극장이 훨씬 더 가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아카데미극장은 살림집이 함께 건축된 유일한 극장이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이렇게 살림집이 함께 건축되어 남아 있는 극장은 아카데미극장이 유일하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아카데미극장이 원주 최고의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의 많은 관광객들이 아카데미극장을 찾아올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아카데미극장 보존 초기에는 설령 적자가 날지 모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아카데미극장을 통해 엄청난 관광 수입을 올리게 될 것이다.

 아카데미극장은 위와 같은 관광적 가치를 떠나 역사적·문화적 가치만으로도 반드시 보존해야 할 귀중한 우리의 문화재이다. 원주시와 강원도는 물론이고 정부에서 직접 챙겨야 할 만큼 소중한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을 모조리 무시하고 오로지 경제적 수익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미 매입한 아카데미극장을 내팽개쳐서야 되겠는가?

 다시 한번 원주시장님을 비롯한 인수위원들의 무지한 역사 인식과 문화 인식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 이제 아카데미극장을 사랑하는 원주시민들이 다시 뭉쳐야 한다. 원강수 시장님에게 아카데미극장 보존 사업 재검토를 당장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반대 여론이 없거나 미약할 경우 지난 1월 원주시에서 매입한 아카데미극장을 다시 매각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허행철(원주투데이 구독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