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를 클릭하면 임영석 시인의 인터뷰 영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임영석(62) 시인의 호(號)는 '한결'이다. 스무 살쯤 친구들이 '넌 한길로 쭉 가라' 해서 호를 '한결'로 정했다. 그는 인터넷 블로그 닉네임도 '한결'을 사용한다. 이곳엔 그가 애지중지하는 시와 글, 사진이 가득하다. 

혼자만 갖고 있기엔 미안해서였는지 지인들에게 이메일로 시를 보내고 있다. 지난 2005년, 이렇게 발송한 '한결추천시' 메일은 오는  10월, 5천 회를 맞는다. 17년 동안 꾸준히 시를 소개하면서 이제는 시인보다 시를 추천하는 사람으로 더 유명해졌다. 

사람들은 그가 보낸 시를 읽으며 사색을 즐긴다. 커피 한 모금에 스마트폰 시 한 줄…. 잡생각에 마음이 복잡할 때도 짧은 시 한 편이 도움이 된다. 이렇게 한결추천시를 받아보는 독자는 1천 명 안팎. 지난 17년간 소개한 시인은 천 명이 넘는다. 임영석 시인을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한결추천시'가 5천 회를 맞네요?.
A: 좋아하는 분들하고 시를 공유하고 싶어 시작한 일이예요. 직장 동료들이나 지인들, 시를 좋아하는 분들한테 메일을 보냈는데 벌써 17년이나 흘렀네요. 원래는 문협 회원들과 작품을 이야기하며 토론하고 싶었는데 이야기가 잘 안 통했어요.

그래서 지인들, 일반인 분들에게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직장에서 받은 명함들, 저를 아는 분들에게 시를 보내 줬습니다. 그렇게 작품을 소개하니 전국 시인의 10%는 저한테 시집을 보내주시는 것 같아요. 그분들 시도 사람들에게 알려달라는 의미겠죠.

Q: 시를 보는 사람들 반응은?
A: 처음엔 참 어색해 했어요. 지금은 인터넷으로 쉽게 시를 볼 수 있지만, 당시엔 많이 생소해 했던 것 같아요. 이메일로 시를 보내기 전엔 종이에 출력해서 시를 보냈어요. 한 삼십 부 보내면 5~6부는 가져가고 나머진 다 버려지더라고요. 상당히 비효율적이라 생각해 이메일을 활용하게 됐습니다. 

Q: 첫 번째 시 기억하세요?
A: 정훈 선생님의 '머들령'입니다. 저는 현대시조 봄호에 2회 천료되며 등단했어요. 그때 저를 추천해 주신 분이 정훈 선생님입니다. 정 선생님은 이북사람인데 대전에 정착해 사셨어요. 제 고향은 충청도 금산이고요. 머들령은 대전에서 금산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이어서 애착이 더 갖던 작품 같습니다. 이후 100회까지는 우리나라 명시들을 소개했고 지금은 일반 시인들 작품 위주로 보내고 있습니다.

Q: 시를 선정하는 기준은?
A: 문학성과 서정성을 두루 갖춘 작품, 우리의 삶과 관련된 부분들을 기준으로 두고 있어요. 서정성만 내세우면 시의 질이 낮아요. 그렇다고 지나치게 문학적이면 독자들이 어려워해 도망가요. 

그래서 저는 양쪽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다른 분들로부터 시집을 받아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을 제 블로그에 올려놔요. 7~8편을 올려놓고 독자들이 많이 검색한 시 위주로 시메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Q: 소개되는 시인이나 보는 독자들이 고마워하시죠?
A: 시인분들은 제 시에 소개되는 게 언론 보도로 나오는 것보다 낫다고 하세요. 아무래도 기사로 나가는 건 전체가 아닌 일부분, 특징적인 부분만 해설로 나가니 크게 주목받지 못해요. 그런데 한결추천시로 소개되면 네이버 검색순위에 오르니 효과가 크죠. 덕분에 몇몇 시인들은 자기 지역 특산품이나 전통주 등을 보내주기도 하세요. 저는 그 답례로 제 시집을 선물로 드리고 있습니다. 

Q: 선생님처럼 시를 많이 읽으면 마음이 순수해질 것 같아요.
A: 시에 대한 깊이가 넓어지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내 정신세계를 개척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남들이 모르는, 정작 그 시인이 깨닫지 못한 것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과정은 제가 시를 계속해서 내는 데에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Q: 좋은 시란 어떤 걸까요?
A: 우리나라에 좋은 시를 쓰는 사람이 참 많아요. 서정춘, 정호성, 도종환 선생님이 그런 예죠. 그분들 시를 읽으면 '좋은 시는 성찰해서 쓰는 거구나'라고 느껴요. 시인의 깨달음을 시로 옮겨 놨다고나 할까요. 서정춘 선생님의 시 '종소리'에서도 메아리치는 소리를 '여러 산 너머 돌아오지 마라'라고 표현하셨잖아요. 그분들이 삶에서 깨달은 것을 제가 깨달으면서 되새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5천 회 이벤트가 있나요?
A: 특별한 행사는 안 합니다. 다만 독자들에게 제가 보내준 시중 맘에 드는 시를 필사(캘리그래피)해 보내 달라 하고 있어요. 그렇게 보내주면 제 블로그에 게시하고 있지요. 이분들에게 제 시집을 답례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50분에게 드릴 생각인데 벌써 서른 분은 드린 것 같아요. 

Q: 1만 회까지 소개할 의향은?
A: 저는 5천 회가 어떻게 보면 처음 시작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제 산문집 중에 '나는 지금 지구별을 타고 태양 한 바퀴 돌고'라는 책이 있어요. 지구라는 배를 타고 태양을 한 바퀴 돌고 나니 1년이 지나간 거예요.

저는 태양을 17바퀴밖에 안 돌았는데 벌써 오천 회가 와버렸네요. 그래서 가끔 '앞으로 태양을 몇 바퀴 더 돌까? 태양을 몇 바퀴 더 도는 동안 아침 햇살 비추듯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비춰줄 수 있을까'라고 생각을 합니다. 

제 바람은 그런 일을 계속하고 싶은 겁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 햇살이 좋을 수도 있고 또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겠지만 그래도 좋은 햇살이 되는 시를 많이 소개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