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8기 원주시장직 인수위원회의 활동결과보고서가 큰 파장은 낳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건 아카데미극장 복원 중단을 원주시에 권고한 것이다. 원주문화재단에 대해서는 원주시 문화예술정책의 총체적 부실과 관리 감독 소홀 및 방관으로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혹평했다.

200억 원이 투입돼 연말 준공 예정인 바람길숲 조성사업은 사업 구상에 대한 재검토를 권고했다. 소금산 그랜드밸리는 모든 추가 투자를 일시 중지하라고 제언했다. 전임 시장 때 추진한 원주시 현안사업 대부분을 재검토 대상에 올려놓은 것이다.

2015년부터 아카데미극장 보존에 전력해온 ‘원주 아카데미극장 보존추진위원회’는 즉각 반발했다. 끈덕진 노력으로 마련해 놓은 보존의 값진 토대를 허물려 한다는 것이다. 원주문화재단 역시 인수위 지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수위는 6월 8일 출범해 7월 20일까지 40여 일간 활동했다. 짧은 기간 동안 원주시 및 산하기관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정량적 평가에 치중해 정성적 평가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보고서에 적시된 골자는 깊이 있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관성화된 원주시 조직문화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어서다.

다만 인수위의 재검토 요구를 원주시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아카데미극장만 보더라도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선다. 원주시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무게를 넘어선다. 원강수 시장의 정치적 부담도 크다.

원주시는 ‘지속가능발전 계획’을 수립하면서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시민숙의위원회를 운영했다. 시민숙의위원회는 각계 의견을 정리하고, 숙성하고, 조율한 뒤 비전, 목표, 과제를 도출했다. 숙의 과정이 변질되지 않도록 원주시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인수위의 재검토 사업도 결정 과정에 시민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시민숙의위원회와 같은 장치가 필요하다. 화훼특화관광단지 및 열병합발전소를 둘러싼 찬반양론은 오랜 기간 지역사회를 분열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다. 그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시민들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구체적인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