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강수 시장은 지난 1일 원주시장에 취임하면서 "앞으로 원주시에 예산 낭비라는 단어는 있을 수 없다"고 취임사에서 강조했다. 원주시 예산은 시민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모든 공직자가 본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것처럼 예산을 소중히 다루겠다고 시민에게 약속했다. 

 모든 예산 사업의 철저한 성과 분석도 예고했다. 원 시장이 민간인 시절과 당선인 신분일 때 보고 들은 원주시의 예산지출 행태를 토대로 예산을 소중히 집행할 것을 시민 앞에 선서하고, 공직자들에겐 예산을 소중히 다뤄달라고 촉구한 발언이었다. 

 강원도가 원주시를 종합감사한 뒤 최근 발표한 처분요구서를 보면 원주시 공무원들을 향한 원 시장의 당부가 무색할 지경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흥업면 사제리 폐기물종합처리단지 내 재활용품 반출 건이었다.

 이곳에는 재활용품 선별시설이 있다. 시민들이 분리 배출한 재활용품을 선별해 매각하고 있다. 매각대금은 원주시 세외수입으로 입금된다. 그런데 감사 결과 선별한 재활용품을 반출하는 과정에서 계근대가 설치돼 있음에도 수기로 반출 물량을 작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기로 작성한 물량은 2019년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2천649건, 1천212만8천여㎏이었다. 판매금액은 16억9천여만 원에 달했다. 

 문제는 수기로 작성하면서 실제 반출한 물량보다 축소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반드시 계량대에서 계량카드로 반출 재활용품의 무게를 측정해야 하지만 수기로 작성했다면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반출 물량을 축소했다면 축소한 양 만큼 원주시 세외수입은 감소한 셈이다. 

 폐기물종합처리단지는 원주그린(주)가 원주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한다. 원주시는 수탁자인 원주그린(주)가 제대로 운영하는지 전반적인 지도·감독 책임이 있다. 2019년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수기로 작성한 건수가 2천649건에 달했다는 건 원주시의 지도·감독으로부터 벗어나 있었다는 얘기다. 

 원주시가 보조금을 지원해 시행한 보조사업에도 큰 허점이 발견됐다. 보조사업자는 지방계약법령에 따라 2인 이상 견적을 받아 계약상대자를 결정해야 함에도 1인 견적 수의계약 사례가 여러 건이었다. 2인 이상 견적을 받으면 전문공사의 경우 통상 예정가격의 87.7%로 계약금액이 결정된다. 그러나 1인 견적 수의계약은 수의계약률이 100% 적용돼 예산을 절감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이번 감사에서 이런 사례가 적발된 게 한두 건이 아니었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보조사업자가 관계법령 및 교부조건대로 이행하도록 관리·감독해야 할 공무원들이 본연의 업무를 방기한 것이다. 

 원 시장이 강조했든 원주시 예산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진다. 공무원들이 본인의 돈으로 여겼다면 이런 사례는 나와선 안 된다. 심지어 결탁이 의심될 정도이다. 앞서 특별승진 남용으로 원주시 행정 신뢰도가 하락한 상황에서 이번 종합감사 결과를 공무원들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민선8기 원강수 시정에서 이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