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용초교(폐교) 정문.

지역주민과 호흡하며 생활 속 예술공간으로 자리매김한 후용공연예술센터가 운영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강원도교육청이 교육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도내 폐교를 매각하기로 하면서, 후용초교 폐교를 사용하고 있는 후용공연예술센터 역시 매각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내년 6월 계약종료를 앞두고 있지만, 민간예술단체가 폐교를 10억 원 넘게 주고 매입하기에는 어려워 지역사회에서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1년 후용초교에 자리잡은 극단 노뜰은 이곳을 후용공연예술센터로 조성하고 폐교를 활용한 대표 문화예술공간으로 키워나갔다. 해외 예술가들이 찾는 공연예술 아티스트 레지던시이자, 정기적인 공연을 개최하고 있으며, 지역주민들에게 예술체험교육을 제공하면서 문화를 통한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강원도교육청과 5년마다 재계약을 통해 후용초교를 임대해 사용하면서, 20년 넘게 안정적인 운영으로 폐교 활용의 모범 사례로도 손꼽힌다. 하지만 강원도교육청이 폐교재산 매각 중기 계획을 수립해 2024년까지 도내 모든 폐교를 매각해 교육재정을 마련하기로 하면서, 장기 임대가 불가능해졌다. 내년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예상한 매각 금액은 약 14억 원이다. 

후용공연예술센터는 강원도교육청이 폐교 우수 운영 사례에 대해서는 매각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하지만, 강원도교육청은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극단 노뜰 원영오 대표는 "지난 20년 간 꾸준히 운영해온 것을 감안하지 않고 교육 재정 확보를 이유로 모두 매각을 추진하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당장 매각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단기 임대로 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 후용폐교를 임대해 운영 중인 후용공연예술센터. 지역과 상생한 폐교 모범 운영 사례로 손꼽힌다.

후용리 주민들 역시 후용초교 매각을 두고 반대 입장을 전했다. 지난해 강원도교육청에서 의견 수렴 시, 주민들은 매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후용공연예술센터는 비료나 농자재을 보관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에게 매각될 경우, 이같은 공간 공유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2천여 평의 부지를 매각할 수 있는 대상은 기업이나 종교시설 등인데 이들과 주민들의 갈등도 우려된다.

후용공연예술센터를 거쳐간 국내외 예술인들은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십시일반 후원금을 모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해 후원금을 모을 계획도 고려하고 있지만, 14억이라는 액수를 후원금으로 충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의 한 예술단체 관계자는 "후용공연예술센터는 문화예술 공간에서 나아가 지역주민들과 상생하며 공간을 꾸려간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지역상생을 표방하는 대표적인 공간이 사라진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내 일부 지자체에서는 폐교를 매입해 문화시설로 이용하는 등 적극적인 운영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선 아리랑학교 추억의 박물관, 정선 아라리인형박물관, 영월 곤충박물관과 책박물관 등이 매각 진행 시 마을 주민들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고자 지자체에서 매입해 외주 형태의 문화시설로 운영하고 있다. 평창 역시 매입한 폐교를 감자골스튜디오로 꾸며 예술가들의 공간으로 마련했다. 이같은 시설들은 이색 관광지로 자리잡아 해마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지자체의 폐교 매입에 대해 원주시는 "아직까지 후용초교 매입에 대해 원주시에서 마땅한 입장이 없다"며 "상황을 파악하고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강원도교육청에서는 폐교 매각 중기계획에 대해 정권이 교체되면서 정책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예측하고 있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폐교는 매각이 이뤄지기까지 변수가 많아 계획 그대로 실행하기는 무리"라며 "후용초교처럼 잘 활용되는 곳은 중기 계획과 상관없이 이용현황을 고려해 매각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