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00세인 김택수 어르신(사진 왼쪽 첫번째)과 집궁 50년을 맞은 장동성 어르신(93세, 사진 왼쪽에서 두번째)은 매일 새벽 학봉정을 찾아 국궁을 즐긴다.

한민족과 오랜 역사를 함께해온 활쏘기 '국궁'은 현재까지도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이다. 145m 떨어진 과녁을 향해 고도의 집중력과 순간적인 에너지를 발휘해야 하지만 나무활을 맞추는 단순하고 정적인 운동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활사위만 당길 힘이 있다면 평생 즐길 수 있다는 스포츠임을 몸소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바로 학봉정 궁도회에서 현역으로 활동하는 올해 100세를 맞이한 김택수 어르신과 집궁 50년 경력의 장동성(93) 어르신이다.

매일 새벽 5시 반, 아직은 사위가 어두운 시각이면 어김없이 국궁장 문을 열고 회원들을 맞이하는 일을 수십년 째 해오고 있다. 교직생활 은퇴 후 60대에 처음 활을 잡은 김택수 어르신은 그즈음 취미생활로 즐길 수 있는 운동들을 여럿 알아봤다. 그 중에서도 국궁을 택한 건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 어르신은 "은퇴 무렵 3명의 동료들과 함께 국궁을 시작했는데 꾸준히 해온 건 나뿐"이라며 "활쏘기는 연령 상관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활동적이기보단 정적인 운동이기에 오랫동안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매일 새벽마다 국궁장을 찾아 활시위를 당긴다는 김 어르신은 활을 당기는 힘과 과녁을 또렷하게 응시하는 집중력에서 100세의 연세가 무색하게 느껴진다. 국궁장을 오기 전 학성중 운동장을 매일 2~3바퀴 도는 것도 어르신의 하루 일과 중 하나다. 

이러한 일과를 30년 넘게 지켜올 수 있었던 것도 국궁을 통해 꾸준히 체력을 단련해왔기에 가능하다고 전했다. 도내에서 열리는 전국국궁대회에 현역으로 참여하는 그는 3번이나 최고령상을 수상할 정도로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최고령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집궁 50년을 맞이한 장동성 어르신 역시 아흔이 넘는 연세에도 전국대회에서 수상을 휩쓰는 국궁 4단의 우수한 실력을 자랑한다. 그의 집궁 경력은 곧 학봉정 궁도회의 역사이기도 하다. 원주에 처음 궁도회가 창립했을 때부터 활쏘기를 시작해 지금까지 활동하는 회원은 장 어르신이 유일하다. 학봉정 궁도회의 산 증인으로써 50년 간 17명의 사두가 그와 함께했다. 

장 어르신은 "오랫동안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볼링 등 다른 여러 운동들도 즐겨왔지만, 40 넘어 시작한 국궁은 나이가 들어도 안전하고 무리없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며 "상대가 없이도 혼자서 충분히 즐길 수 있기에 힘 닿는 데까지는 활쏘기를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 어르신 덕분에 학봉정 국궁회의 시니어팀 평균 연령은 88세로 다른 팀보다 10년 이상 높다. 전국 대회가 열릴 때마다 은발 사수들의 활솜씨를 구경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기도 한다. 함두영 사두는 "두 어르신은 학봉정 궁도회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국궁이라는 스포츠가 평생 즐길 수 있는 운동임을 증명하는 사례일 것"이라며 "이분들이 회원들과 함께 오래도록 국궁을 즐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