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강원도 투자 현황 평가' 발표
설비투자 증가율 5.0%→3.6%…투자 안 하니 경제 성장 기여도↓
원주 기업 "제품 안 팔려 재고 부담" "지역 제품 구매 운동 필요"

제조업체 설비투자가 감소하고 있다.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에 대한 기여도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기업 제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적어 공장들이 활력을 잃고 있다.

한국은행 강원본부는 지난 27일 '강원지역 성장요인으로서의 투자 현황 평가' 보고서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강원지역 설비투자 증가율은 2001년에서 2010년 사이 5.0%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 이후 10년(2011년~2020년) 동안엔 3.6%로 낮아졌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설비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는 모양새다. 기계류 투자 비중이 61.6%(2001년~2004년)에서 56.8%(2013년~2020년)로 하락한 것. 같은 기간 70% 중반을 유지했던 전국 평균을 한참 밑돌았다. 

설비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으니 지역경제에 대한 성장기여도도 높지 않았다. 한국은행 강원본부가 GRDP와 설비투자액의 장기균형 수준을 조사했는데, 2011년 이후에는 적정 투자 수준을 상당 기간 밑돈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지난 10년간 생산설비 확충에 소극적이었다는 뜻이었다.

한국은행 강원본부 이예지 조사역은 "강원지역 설비투자를 형태별로 보면 생산설비 확충을 나타내는 기계류 투자 비중이 전국 대비 작다"며 "더 큰 문제는 그 비중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생산설비 확충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한 것은 기업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지역 제품을 많이 찾아야 생산설비를 늘릴 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 시장에서 물건이 잘 팔리지 않으니 재고 부담이 매우 큰 편이라고 했다.

(자료 사진: 아이클릭아트)

실제로 도내 제조업 출하지수 증가율은 상당 기간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제품 재고율 또한 65.8%(2001년~2010년)에서 104.6%(2011년~2021년)으로 큰 폭 상승했다. 이예지 조사역은 "소비 수요부진에 따른 가동률 하락으로 도내 기업의 설비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생산설비가 과잉이라고 평가하는 업체도 2017년 6월 이후 과반수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은 이 같은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지역 제품 구매 활성화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열린 원주상공회의소·원강수 시장과의 간담회에서도 이러한 의견이 제기됐다.

삼양식품 원주공장 김동찬 생산본부장은 "우리 회사는 라면 한 박스 출하될 때마다 400원씩 천사기금을 적립하고 있다"며 "그런데 원주에서 라면이 잘 안 팔려 지난해 적립기금이 천만 원을 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주시민들이 지역 제품을 애용해야 향토기업도 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며 "시민들이 지역 제품 구매 운동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지역 GRDP 성장률은 3.1%(2001년~2010년)에서 2.5%(2011년~2020년)로 하락했다. 그러나 투자의 성장기여도는 0.8%포인트에서 1.2%포인트로 상승했다. 이는 투자가 지역경제 주요 성장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증거였다.

특히 2010년대 이후 SOC 투자가 뚜렷하게 증가하면서 건설투자가 강원지역 전체 투자를 이끄는 동인으로 작용했다.

이예지 조사역은 "2012년부터 2016년 중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준비를 위한 각종 SOC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며 "이 기간에 전체 투자 증가율이 적정수준을 상회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강원지역은 철도망 구축, 도로 등 각종 SOC 투자가 활발히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만 보더라도 오는 2030년까지 8조3천억 원 규모의 철도건설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는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한 교통망 건설사업비 규모(8조8천억 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예지 조사역은 "올해 강원도는 2018년 이후 최대 수준의 SOC 국비 예산(1조6천억 원)을 확보했다"며 "역내 건설투자는 앞으로도 지역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