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가 끝났다. 원주시를 비롯한 강원도에서 국민의힘 강세가 두드러졌다. 12년 만에 국민의힘 후보가 원주시장에 당선되었고, 원주시의회도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되었다. 연령별로는 30대 당선자가 전체 시의원 24명 중 5명으로 60대 3명보다 많았다. 초선 의원은 17명이며, 여성 의원도 7명으로 역대 최다이다. 

 그간 지방선거에서 보여줬던 선호 정당에 줄줄이 투표하는 이른바 '묻지 마 투표' 양상도 일부 선거구에서는 교차 투표가 이루어지면서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시정과 시의회의 인적 구성의 변화가 지방 정치의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대선이후 3개월 만에 치러진 선거 일정상 중앙정치의 영향이 지역 이슈를 압도하는 양상을 보였다. 선거운동 기간 중 도지사, 시장, 보궐 선거에서 중앙정치와의 인맥을 강조한 홍보가 두드러졌다. 낮은 재정자립도 등 지방자치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모습이기도 하다. 

 원주의 투표율은 51.8%로 도내평균 57.8%보다 낮았다. 선거 피로감 때문일 것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아직 지방자치에 정치적 참여와 중요성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대선 과정에서 심화한 정치적 양극화 현상은 지방선거에서도 이어졌고 이는 낮은 투표율에 기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적으로 세대별 투표 성향 차이도 더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는 끝났지만 향후 4년의 시정과 시의회의 운영에 대한 지속적인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도내 타 시군과 비교했을 때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지방 소멸이 우려되는 시점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은 지방자치의 화두이다. 원주시장 선거에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원강수 시장 당선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원주 유치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진태 도지사도 이 공약에 연대했다. 세계 반도체 수요 전망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성사된다면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유치가 전국의 여러 도시에서 공통적인 공약으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지역 발전을 우선하는 지자체와 장기 사업성을 우선하는 기업의 이해가 다르고,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결정하더라도 치열한 유치경쟁을 펼쳐야 한다. 

 반도체 공장 유치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아무리 크더라도 지방 소멸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노동, 환경적 영향 그리고 새로운 개발에 따른 구도심 문제 등도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원주화훼단지 조성과 열병합 발전소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문제는 지역 주민과의 소통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지방의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제시된 주요 공약들이 하드웨어에 집중된 것도 공약 이행 과정에서 다시 짚어봐야 할 사안이다. 인프라 확충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 내용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는 이전 시정의 공과를 검토하여 연속성을 확보하고 지속해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문화도시, 유네스코창의도시네트워크 도시 선정은 원주의 예술, 문화 발전에 있어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문화도시 사업의 경우 국고에 의존하고 있으며 유네스코창의도시네트워크는 외부 재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장기적으로 원주시 자체적으로 문화 환경과 역량을 길러야 한다. 시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통해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문화는 숫자로 측정할 수 없지만, 지역 주민의 삶의 만족과 자긍심의 원천이다. 2040년 원주시 지속가능발전 기본 및 이행계획도 보완 발전시켜 장기적 기반 마련에 힘쓸 필요가 있다. 

 새롭게 선출된 시장과 시의원은 임기 중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고자 하는 성급함보다 진정성 있는 여론 수렴과 시민 참여를 통한 공론화 장을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현재 모집 중인 차기 시장 공약평가단과 같은 일상적 공약 이행도 필요하다. 단 한 번의 투표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시민 참여를 통한 시정 감시와 주요 현안과 관련해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형종 연세대 미래캠퍼스 국제관계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