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보는 우리 마을은 어떤 모습일까? 원주의 자연마을들을 드론으로 촬영해 각 마을들이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살펴보고, 마을 이름에 담긴 역사적 유래와 마을 역사들을 소개한다. 
 또한, 마을 영상을 유튜브 '원주투데이/원주방송' 채널을 통해 제공한다. 

 

▲ 하늘에서 본 귀래면 귀래리 전경.

 백운산에서 서쪽으로 이어진 수많은 산줄기 사이로 골골이 물이 흐르고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살면서 큰 양안치와 작은 양안치 사이에 형성된 마을이 '귀래리(貴來里)'다. 일제시대에 전국 마을의 지명을 현재의 지명으로 바꾸기 전까지는 이 마을을 '굴파(堀坡)' 또는 '구을파(仇乙坡)'라고 불렀다. 

 지금의 국도 19호선이 뚫리기 전에는 백운산에서 덕가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넘는 고개를 '대치(大峙)' '큰 양안치'라 불렀고, 이 고개를 넘어 곰네미 마을에 다다르면 백운산 속으로는 '천은사 계곡' 그 반대쪽으로 내려가는 계곡을 '백운계곡'이라 했는데, 백운계곡을 따라 7~8리쯤 내려가면 사두마을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평촌, 고청마을이 이어지고, 귀운저수지와 귀래 공원묘원을 지나면 문막 비두리다.

 다시 사두 마을회관 앞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응동마을이 나오고, 이어 나타나는 서낭당 고개를 넘으면 면소재지가 있는 운남을 거쳐 충주로 이어졌다. 그러다 19번 국도가 큰 양안치에서 작은 양안치를 직선으로 관통하면서 사두삼거리를 지나던 사람과 통행량이 줄어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귀래면과 같은 이름을 가진 마을이지만 행정기관은 교통이 좋은 운남리 쪽에 내주고 만 이유일 것이다. 마을주민 대부분은 농사를 짓는다. 주변에 채석광산이 여러 개 있어 오래전부터 소음과 공해로 몸살을 앓고 있었는데, 요즘은 채석장 허가 연장을 반대하는 펼침막이 곳곳에 걸려있다, 

 원주지명총람에 따르면 "구을파면이라 불리던 것이 400여 년 전부터 귀래(貴來)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이는 귀한 분이 오셨다는 뜻에서 유래했고 이는 신라말 경순왕이 이곳에 머물렀다는 전설 때문"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400여 년 전에 정말 '귀래(貴來)'라 했을까? 그 시기에 기록된 일기 하나를 통해 귀래 지명의 실체를 알아본다.

 1636년(인조 14년) 바쿠후 장군의 즉위를 축하하기 위해 통신사가 꾸려졌고, 이때 부사로 임명된 동명 김세렴(金世濂, 1593~1646)이 일본을 다녀와 남긴 해사록에 귀래를 지나가면서 남긴 기록이 있다. 김세렴이 통신사 일행과 함께 여주를 지날 때 원주의 선친 사당에 들르기 위해 본진과 목계에서 합류하기로 하고 원주로 들어와 봉산동 화실에 머물다 1636년 8월 18일 목계로 떠나면서 귀래에 들려 남긴 일기이다.

 맑음. 한낮에 사당 및 친정(親庭)에 하직하고 출발하였다. 허태안(許泰安)댁에 들러 뵙고, 대현(大峴)을 넘어 구래촌(求來村)에 닿으니 바로 이청산 원준(李靑山元俊)의 전장(田庄)이다. <이후 생략>

 

 이 마을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이후 소태재를 넘어 목계에서 본진과 합류했다는 내용이다. 대현(大峴)은 큰 양안치로 그곳을 넘어 도착한 곳이 '구래촌(求來村)' 지금의 귀래리다. 

 "제가 운남리에서 태어났는데 15살에 지금 사는 이곳으로 이사 올 때 '구래로 이사한다'라고 했지요. 그리고 그 당시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다들 '구래'라고 불렀어요" 이장 박수학(74세) 씨의 기억이다. 400여 년 전 '귀래'라 했던 원주지명총람의 기록은 '구래촌(求來村)'이라 불렸던 지명이 시간이 흐르면서 와전되어 기록된 것이 아닐까 싶다. 

 굴파(堀坡)는 골짜기와 고개, 그리고 비탈을 가리킨다. 백운산에서 뻗어 내린 많은 산줄기 사이에 생겨난 마을이라 이미 고려 시대에 그렇게 이름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고려 시대 '굴파'란 지명이 1481년에 만들어진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과 1765년에 제작된 『여지도서(輿地島嶼)』에까지 그대로 기록되다가 18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원주읍지(原州邑誌)』에는 '굴파와 '귀래'가 함께 쓰였는데, 1914년 이후에는 '귀래'로 굳어졌다. 

 

 ※이 콘텐츠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동진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