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악산 입석대에서 바라본 원주.

몇몇 오지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사람 다수는 크고 작은 도시에 살고 있다. 사람들의 활동 무대인 도시는 저마다 다른 색채를 지니고 있다. 거대자본, 발달한 건축기술로 세운 콘크리트 빌딩으로 채워진 도시들은 겉으로 보기에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화려한 도시의 이면에서 우리는 특별한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시선을 압도하는 궁궐과 성곽 같은 과거의 거대한 건축물이 아니더라도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도시를 살펴보면 작은 골목과 오래된 상가에서도 독특한 점들이 보인다. 

눈에 보이는 형상뿐만 아니라 도시마다 서로 다른 맛과 노래, 이야기를 만나고 들을 수 있다. 문화유산은 오랜 시간 형성되어 전해오며 도시 각각에 남다른 색채를 입혀 준다.

문화유산은 오랫동안 도시의 주인공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남긴 공동체의 유산이다. 사람마다 얼굴과 성격이 다르듯 도시의 문화유산도 다른 도시와 구별되는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이 특별함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자부심과 공동체 의식을 갖게 하고, 외지에서 찾아온 여행객들에게는 벌과 나비가 찾아드는 꽃술과 같아서 예상치 못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도시의 미래와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결정자들은 관광도시를 지향한다. 때로는 '관광 산업은 굴뚝 없는 공장, 보이지 않는 무역'이라는 경제학의 귀에 익은 담론은 그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기도 한다. 

현실에서도 공장을 세워 제품을 생산하려면 환경오염이 뒤따르지만 관광산업은 환경 문제 없이도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관광객이 늘어나면 숙박과 음식, 상업, 교통 등의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 널리 알려진 관광 도시들은 외화 획득의 원천이며 국제적인 문화교류와 국위 선양의 중심지가 된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해외 소비 지출이 다섯 번째로 큰 나라이니 국가적으로도 관광산업에 무게를 두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의 이름난 관광 도시들이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주요 자원은 문화유산이다. 간혹 도박이나 레저·스포츠형 관광을 목적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관광 도시들도 있지만, 이 도시를 찾는 관광객은 제한적이다. 

때때로 여행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환경과 다른 환경을 경험하기 위한 욕구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경험하고 싶은 환경은 도시가 가진 천혜의 자연일 수도 있고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문화유산일 수도 있다. 혹은 잘 보존된 사찰 등 조용한 곳을 찾아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한적함 속에서 휴식을 발견할 수도 있다. 

필자는 원주시의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오랫동안 원주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찾고 보살피는 일을 해왔다. 1995년 원주 최초의 '원주시사(原州市史)' 편찬을 시작으로, 2021년 칠봉서원 복원까지 수많은 원주의 문화유산과 함께 해왔다. 

앞으로 원주투데이 지면을 빌려 시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이야기는 필자가 만난 원주 문화유산에 대한 경험담이다. 답사기보다는 쓰러져가는 석탑을 바로 세운 치유기일 수도, 사라진 건축 유산을 다시 세운 복원기일 수도 있다. 

아는 바는 얕은 도랑물 같고 총기는 무뎌졌지만 문화유산을 통하여 원주만의 도시 색채를 찾고, 문화유산이 가진 특성을 살린 문화유산 활용에 대한 필자의 생각도 소개할 요량이다. 

원주는 과연 어떤 색을 지닌 도시일까?

 

박종수 전 원주시학예연구관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