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후면 앞으로 4년간 원주를 이끌어 갈 지도자를 뽑는다. 물론 보궐선거로 원주 갑지구 국회의원도 선출한다. 원주시민들은 매우 중요한 선택의 순간을 갖게 된다. 나와 직접 관계가 없다고 가벼이 생각 할 수 있다. 이는 정말 큰 오산이다. 우리의 삶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영향을 받지 않는 일이 없다. 생활의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 선출된 지도자들의 영향을 받고 관계되지 않은 일이 없다. 유권자들은 그만큼 지도자 선출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뒤돌아보면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우리는 뽑아 놓고 후회하는 일을 늘 반복하며 살고 있다. 완전하지 못한 인간의 한계인지도 모른다. 선거가 늘 최선은 아니다. 현실에선 차선일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 그러다 보니 실패 또한 부득이하다. 그래서 포기하거나 정치를 외면하는 무관심이 많아지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정치 수준이 삼류다. 스트레스 주는 공해로 전락했다고 한다. 이렇게 된 이유 또한 철저한 관심과 감시가 없기 때문이다. 자업자득이다.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나 우리 스스로 지도자를 선출한 지 80년이 다가온다. 비극이고 재앙이다. 북유럽의 선진 정치가 부러워지고 다시 생각난다.

 우리 정치의 이런 비극과 재앙은 선출 지도자들에게 주어지는 권력 때문이다. 권력이 너무 크다. 단체장은 무소불위고 심지어 지방 의원에게도 많은 권력이 주어진다. 싹 없애야 한다. 그 권력 때문에 선출직에 도전한다. 책임과 의무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권력과 명예만 생각하니 선출직에 오른 다음 사람이 변하게 되는 것이다. 원론적인 선거에 대한 이야기는 이만 접고 기왕에 선거 날이 임박했으니 원주에 어떤 지도자가 필요한 지를 고민해 보자. 

 흔히들 지도자의 자질로 도덕성과 능력을 꼽는다. 그런데 그런 지도자를 지금까지 한국에서 몇 명이나 보았는지 궁금하다. 그런 완벽한 사람들은 선출직 선거판에 발을 들여 놓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우리에게 필요한가. 원주란 도시의 역사 문화의 가치를 아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원주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런 역사 문화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살고 있다. 

 고려시대 최고의 불교문화 전성기를 이뤘던 폐사지들이 널려 있다. 국보들도 한 두 점이 아니다. 조선 500년 동안 강원도를 이끈 강원감영 등 문화유산이 널려 있는 땅이다. 인목왕후를 비롯해 인열왕후 등 왕비의 도시다. 역사에 길이 오르내리는 인물도 즐비하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뛰어난 품질의 옻칠 산지로 유명하다. 옻칠기공예문화 인프라는 어느 도시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 

 왜 역사 문화가 중요하냐 하면 품격과 정체성을 가진 도시로 만드는 데 필수기 때문이다. 그런 걸 무시하다 보니 뒤죽박죽 도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또 원주의 역사 문화는 매우 부가가치가 높은 관광 자산이다. 출렁다리는 궁금해서 한 번이면 끝나지만 역사 문화 자산은 재방문을 끊임없이 유도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엉뚱한 데서 헤매지 말고 원주가 갖고 있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귀한 역사 문화 자산만 갖고 무엇이든 만들면 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창조는 연결이다. 원주의 역사 문화 자산을 소재로 세계적인 관광 자산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이런 마인드를 가진 지도자가 절실하다.

김대중 원주옻칠기공예관 관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