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봄 가뭄이 찾아왔다. 기온은 평년 치를 웃도는데 강수량은 예전보다 못한 것이다. 지금이야 버틸 수 있지만, 상황이 악화하면 농작물부터 피해가 예상된다. 

올해 초부터 지난 24일까지 원주지역 누적 강수량은 135.7㎜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67.5㎜의 절반에 머물렀던 것. 반면 5월 중순 평균기온은 18.0℃로 평년 16.8℃보다 1.2℃ 높았다.

저수율도 낮았다. 한국농어촌공사에 의하면 강원지역본부 저수율은 57.7%였다. 전국 평균 저수율(65.7%)을 한참 밑돌았다. 원주지역 15개 저수지의 저수량도 772만2천300㎥를 기록, 평년 835만4천㎥의 70%에 불과했다.

실제 지난 24일 원주 가뭄 지수(SPI6)는 1.53으로 보통 가뭄 단계에 진입해 있었다. 최근 6개월 누적 강수량이 평년 대비 55% 이하였음을 의미했다. 

저수율이 낮으면 논·밭농사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지금이야 버틸 수 있지만, 가뭄이 심각해지면 농산물 생장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판부면 심영숙(81) 씨는 "텃밭에 상추와 고추를  심어 놨는데 비가 시원스레 오지 않아 걱정"이라며 "더위를 먹은 작물들은 벌써 잎이 시들해졌다"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적으로 봄 가뭄이 지속하면서 일부 농산물은 가격이 급등했다.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원주시농산물도매시장에서 형성된 고추 경매가격은 평균 3만7천400원(10㎏ 한 상자)이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 이상 오른 가격이다.

봄 무는 고추보다 상승 폭이 더 컸다. 1㎏당 도매가격(지난 19일 전국 기준)이 618원을 기록, 지난해보다 87.6% 올랐기 때문이다. 전달에 비해서도 50% 상승했는데 작황 부진으로 봄 무 출하량이 줄어든 탓이 컸다. 

원주시농산물도매시장 관계자는 "봄 무 생육기인 3~4월에 건조한 날씨와 가뭄이 계속돼 공급량이 급감한 것"이라며 "다른 작물들도 생산량에 타격을 입으면 전체 식탁 물가가 들썩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