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감영 포정루 건너편 옛 원주경찰서 표지석. 1920년부터 1951년까지 원주지역 치안 업무를 수행했던 곳. 1945년 체포된 독립동맹 회원들이 구금되어 고문받던 곳이 이곳에 세워져 있던 원주경찰서였다.

광복을 2개월 남짓 앞둔 1945년 6월 원주경찰서 유치장 창문 너머로 혹독한 고문에 못 이겨 내지르는 비명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비명 소리의 주인공들은 일제에 빼앗긴 조국을 찾겠다고 그 당시 원주지역 젊은 지식층과 원주농업학교 학생들이 비밀리에 결성한 독립동맹 단원들. 

2005년 8월 15일자 강원일보 기사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독립운동은 영원히 빛을 보지 못 하는가」 기사의 일부다. 원주를 중심으로 조직되어 소총과 단검까지 준비했지만, 사전에 발각되어 실행에 옮기지도 못하고 체포 투옥되었다.

이 과정에서 모진 고문까지 당했다. 하지만 이를 확인해줄 기록이 없어 정당한 평가와 예우를 받지 못한다는 안타까운 내용이다. 생존자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된 강원일보 기사와 해방 직전 국내 독립운동사를 연결해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보자. 

1944년 8월 여운형은 일제의 패망 후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서울 삼광의원에 모여 '조선건국동맹'이라는 비밀결사를 조직했다. 대동단결해서 일본 제국주의를 몰아내어 민족의 자유와 독립을 회복하고, 한국의 독립을 방해하는 모든 세력을 축출해서 민주적 원칙에 의한 독립 국가를 세울 것을 천명했다.

조선건국동맹은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 등 각 지역 책임자를 선정하는 등 지방으로 조직을 확대했다. 일제의 감시와 탄압을 피하고자 점조직 형태를 취하고 조직 확대 과정에서 조선건국동맹과 다른 명칭을 사용하기도 했다. 

1945년 초 일본 유학생 출신 김봉출과 서울로 통학하던 선린상고 학생 이용준이 중심이 되어 원주에서 독립동맹을 조직했다. 일제의 패망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국제 정세를 이야기하면서 독립운동 대열에 합류할 것을 권유했다. 원주의 독립동맹 회원들은 궤멸 상태에 있는 일본 상황을 공유하고 원주를 중심으로 항일 투쟁을 준비했다.

▲ ◇영서고등학교. 영서고등학교는 1941년 원주농업학교로 개교했다.

1차 목표로 원주 주둔 일본군 철도 경비 중대를 공격하기 위해 원주농업학교 무기고에서 소총을 반출하고 단검을 제작했다. 하지만 원주 포교당에서 단원 명부와 단검 등이 발각되면서 계획은 실행에 옮기지도 못한 채 체포 투옥되었다. 이들은 원주경찰서 유치장에서 모진 고문과 구타를 당하며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가 해방 직후 풀려났다. 

증언을 통해 확인된 구속자는 일본 동경 전문대 유학생 김봉출, 선린상고 통학생 이용준, 제일은행 서기 채규환, 원주 군청 농회 서기 곽호달, 원주 농업학교 학생 송명기, 이강업, 이평재, 임대식, 조영진, 직업 미상 권오길, 정창근 등 11명이었다.

은행과 군청에서 근무하던 서기, 일본 유학생, 1941년 개통된 중앙선 열차로 서울로 통학하던 학생, 원주 농고 학생 등 원주에 근거를 두고 있던 다양한 계층 사람들로 조직된 원주지역 비밀결사가 독립동맹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구속자 중 다섯 명이 원주 농업학교 재학생이었던 것도 두드러진다. 하지만 증언을 통해 확인된 원주지역 독립동맹 회원들의 활동과 투옥을 뒷받침할만한 기록이 남아 전하지 않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