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막농협 미곡처리장에는 현재 3천800톤의 벼가 보관되어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천 톤 많은 상황이다.

생산 늘고 소비 줄어 농협마다 벼 재고 산더미
가을까지 소진하지 못하면 수십억 적자 불가피

농협들이 수북이 쌓인 벼를 팔지 못해 울상이다. 작년과 비교해 수매량은 늘었는데 쌀 소비는 줄어드니 재고가 적체된 것. 최근에는 쌀 가격이 곤두박질쳐 농협마다 수십억 원 적자가 불가피해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a(아르·1천㎡)당 평균 쌀 생산량은 530㎏에 달했다. 이는 2020년 483㎏과 비교해 47㎏ 증대된 수치다. 2016년(539㎏) 이후 최대 생산량이기도 하다. 나라 전체 생산량도 388만2천 톤을 기록, 2020년 350만7천 톤 대비 10.7%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전년 대비 쌀 재배면적이 0.8%나 증가했고 10a당 생산량도 9.8% 증가하면서 쌀이 과잉 생산됐다. 

반면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지속 감소하고 있다. 1991년 116.3㎏에 달했던 쌀 소비량은 2021년 56.9㎏으로 반토막이 났다. 지역 농협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쌀값이 상승하면서 농가들이 재배면적을 대폭 늘렸다"며 "시장에서는 쌀이 남아도는 상황인데 소비는 줄어드니 농협마다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말했다. 

우리 지역에서도 재고가 넘쳐나는 상황이다. 문막농협은 2020년에 5천597톤의 벼를 수매했는데 작년에는 7천182톤으로 1천585톤 늘었다. 이에 지난달 말 재고 물량은 3천800톤, 전년도 대비 천 톤 많은 상황이다. 원주농협도 사정이 비슷하다. 재작년보다 천 톤 많은 벼(4천100톤)를 지난해 수매한 것. 이로 인해 2천 톤에 가까운 벼가 창고에 쌓여 있는 상태다.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선 600톤 더 많다. 

산지 쌀값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농협들이 40㎏ 한 포에 7만 원 주고 매입한 것을 5만4천 원에 판매하는 상황. 올해 수십억 원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A농협 관계자는 "도정 시설을 갖춘 농협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철원 쪽은 많게는 30~40억 원, 우리 농협들도 10~20억 원 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생산된 벼 27만 톤을 시장격리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국회의원에 따르면 지난 2월 14만5천 톤은 매입했고 나머지 12만5천 톤도 추가 매입할 것으로 보인다.

도내 농협들은 남은 물량에 대한 조속한 시장격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B농협 관계자는 "도내 RPC 쌀 재고량은 전년도 대비 155% 많은 상황"이라며 "각 농협이 손실을 보면서 쌀을 팔고 있어 정부의 조속한 개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9월까지 지난해 쌀을 팔지 못하면 올해 벼 수매가는 대폭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각 농협은 40㎏ 한 포에 7만 원 정도에 산물벼를 매입했다. 하지만 쌀 재고를 소진하지 못하고 올해 수매물량까지 더해지면 수매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농협들은 "농민들은 매년 수매가 인상을 요구하지만 농협에서는 수십억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쌀 재고 소진이 어려워지면 올해 수매가도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