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유 가격 전년 대비 55%·수입쇠고기 32% 상승
원자잿값 상승→생산비 증가→소비자물가로 전이
강한 물가인상 압박, 소비침체로 이어져 경기둔화  

소비자물가 2011년 8월 이후 최고
지난 3월 도내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9%나 올랐다. 수입쇠고기는 31.6%, 국산 돼지고기와 쇠고기는 각각 7.1%, 4.8% 상승한 것. 에너지 제품도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서민들이 주로 쓰는 등유는 55.4%나 치솟았고 경유는 38.5%, 휘발유 가격도 27.5%나 상승했다. 개인서비스 물가도 4.6% 뛰어오르면서 전체적인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3월 강원도 소비자물가지수도 2021년 이맘때와 비교해 4.9% 상승했다. 이는 2011년 8월 5.0% 이후 최고 수치였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의 고물가 현상은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인상 성격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입 물가 상승률은 최근 들어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해 1월엔 전년 대비 5.8% 감소했지만, 올해 1월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1%나 상승한 것. 석유 등의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전체 수입 물가상승을 견인했다. 결국 수입 물가상승이 국내 기업의 생산비 증대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전이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원 실장은 "최근 핵심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면서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며 "향후 코로나 엔데믹에 따른 시장 수요 급증, 재정 급팽창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등으로 물가 불안 장기화 가능성이 커진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경기는 회복…앞으로는 '글쎄'
국내는 내수 부문을 중심으로 경기 개선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민간 소비와 건설투자가 예상 밖 호조를 보이면서 경제성장률이 높아진 것. 전기 대비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0.4%, 4분기 1.2% 증가했다.

동행지수순환변동치(현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도 작년 9월(100.8포인트)을 저점으로 4개월 연속 상승해, 올해 1월엔 102.4포인트를 기록했다. 그러나 미래 경기 방향을 예고하는 선행지수순환변동치는 지난해 6월을 정점으로 7개월 연속 하락했다. 향후 경기 하강 우려가 큰 상태이다.

슬로우플레이션 현실화되나?
통상 물가는 경기 성장과 비례해 움직인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특수한 상황에서는 경기와 물가가 반대로 움직이기도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로 국제 원자재 가격은 크게 오르는데 국내 경기는 이에 못 따라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강한 물가 상승압력으로 소비와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 이는 내수시장 침체를 유발해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1970~1980년대 전 세계는 석유파동으로 생산성 하락, 실업률 증가, 경기침체 등의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은 바 있다.

▷슬로우플레이션: 느리다는 뜻의 슬로우(Slow)와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딘 가운데 소비자 물가가 치솟는 현상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