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에서 가장 최신 설비를 갖춘 남원주농협 벼 건조저장시설(DSC).

통합 불발되면 내년부턴 정부 지원 못 받을 듯

지난해 6개 지역농협이 미곡처리장(RPC) 통합을 결정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까지 통합법인을 설립해야 내년에 정부로부터 시설 현대화 자금을 받을 수 있는데, 지금까지의 상황만으로는 통합이 쉽지 않아 보인다. 

남원주농협, 문막농협, 소초농협, 신림농협, 원주농협, 판부농협 조합장은 지난해 말 열린 원주시 RPC 통합컨설팅 최종용역보고회에서 미곡처리장 통합에 찬성했다.

내년부터 정부가 각 시·군의 통합RPC에만 가공시설 현대화 지원사업을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 올해 안에 통합법인을 설립해야 미곡처리장(RPC)이나 벼 건조저장시설(DSC)의 시설 보수에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에 RPC 통합컨설팅을 맡은 지역농협네트워크협동조합은 작년 말 최종용역보고회에서 구체적인 이행 과제(로드맵)를 제시했다.

▷1월, 통합RPC 추진협약 체결 및 TF 구성 ▷1월, 농협별 현물자산 감정평가 및 출자범위 확정 ▷2월, 통합법인 취급 물량 및 시설도입(안) 확정 ▷2월, 통합법인 총괄투자 및 출자 운영(안) 도출 ▷3월, 사업부지 및 대체부지 검토

▷4~7월, 통합법인 사업계획 수립 및 인력운영계획 검토 ▷8~10월, 통합수매 시범 운영 기획 및 운영 ▷8~10월, 최종 통합RPC 추진 의결 및 조합별 설명회 ▷10월, 통합법인 창립총회 및 조합공동법인 인가 신청 등이 그것이었다. 

▲ 문막농협 미곡처리장

그런데 이로부터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RPC 통합을 위한 로드맵은 이행되지 않았다. 지난 2월 조합장협의회가 한 차례 개최되었을 뿐 아무런 후속 조치가 없었던 것. 그날 열린 조합장 회의에서도 통합과 관련한 이견으로 언성만 높았다는 후문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RPC 통합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올해 안에 통합법인을 설립하고 실질적인 절차는 내년부터 추진해도 되지만, 지역농협 간 감정의 골이 깊어 향후 의견조율이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A농협 조합원은 "특정 농협은 통합 추진 과정에서 자신들의 현물 비율을 높게 책정받길 원하는 것 같다"며 "지금부터 법인 설립을 추진해도 9~10개월은 족히 걸린다고 하던데 올해는 시간이 너무 빠듯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RPC·DSC 연내 통합이 무산되면 각 농협은 상당 부분 자비로 시설 정비에 나서야 한다. 국비 지원은 자격이 안 돼 못하고 지방비 지원도 현재로서는 많지 않으리라고 예상되기 때문. 내년도 농업예산이 대폭 증액되지 않는 한, 지자체가 각 농협에 시설보수비를 지원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B농협 관계자는 "문막농협만 해도 지난해 시설보수비로 9억 원을 썼는데 이중 5억 원이 정부 자금이었다"라며 "올해는 쌀값 하락으로 농협마다 적자 폭이 클 텐데 시설자금까지 못 받으면 경영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