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났고 정치의 시계는 6월 1일 지방선거를 향해 가고 있다. 역대 최소 표차로 결정된 이번 대선 승부에 대해 누군가는 환호하지만 누군가는 절망과 상실을 느끼고 있다. 선거는 끝났지만 사회통합을 위한 정치적 과제는 어느 때보다 무겁다. 지방선거는 대선의 연장선이자 우리 생활과 직결되는 삶의 정치를 결정하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장이다.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와 국가의 위기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살아있는 민주주의에 참여하고 있다. 파커 J. 파머는 정치는 공동체를 창조하기 위한 오래되고 고귀한 인간적인 노력이라고 말한다. 정치는 게임이 아니다. 정기적으로 다가오는 선거에서 참여하고 그 결과를 밤새워 지켜보고 그 결과에 따라 환호하거나 절망한 뒤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정치를 잊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정치는 공적권력을 위임하는 행위이다. 공적 영역은 정부(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이상을 의미한다. 사적 영역을 넘어서는 그러나 정부영역에 국한되지 않는 사회 공동체의 영역을 두루 아우르는 것이 공적 영역이다. 그러므로 정치는 단순히 정부 지도자를 선출하는 투표 참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개인과 주변 인물,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상적이고 때로는 조직적인 활동을 포함한다. 투표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으로 정치의 외형을 결정하고 그 권력을 위임한다. 투표 이후의 정치의 내용과 권력 행사를 감독하는 일은 여전히 정치의 영역에 있다.

 정치공학에 있어 상대방을 비방하고 감정을 선동하는 것은 오래된 전략이다. 시민의 정치 참여가 개인주의에 포위된 상황에서 이러한 전략은 매우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다. 개인주의는 각자가 집단과 공동체를 빠져나와 조용히 가족과 친구의 모임 속에 스며들어 조용하고 작은 사회에 안주하며 자리 잡는다.

 이 경우 권력과 부를 누리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능력으로 누구에게도 신세지지 않으며 자신의 능력으로 스스로를 보호해야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가 된다. 그 경우 사회 공동체와 공적 영역에 대한 관심은 매우 제한될 것이며, 그 사이 정치는 시민의 삶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권력 정치가 판치게 된다. 

 정치의 올바른 기준과 지향은 권력이 아니라 올바른 마음이어야 할 것이다. 파커에 따르면  마음의 정치는 갈등이 없는 이상적인 정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은 당연히 수많은 이해가 충돌하고 다양한 의견이 대립된다. 마음이라는 것은 이러한 차이가 상대에 대한 무시와 증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열린 자세로 다름을 조율하고 공적 영역에서의 윤리적 선택을 의미한다.

 마음이란 통합적인 방식의 앎을 가리키며 이는 각자의 경험에서 나오는 진실된 견해이다. 농업 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 생태적 영향과 경제적 효과 사이에 충돌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권력과 이익 집단의 로비에 의한 결정이 아니라 수 십 년간 농사를 일군 농부의 마음으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정치의 공적 영역에 대한 다양한 시민의 마음을 투영시킬 필요가 있다. 지난 대선에서 강원도와 원주에 대한 공약을 살펴보면 본질적으로 지역 간 경쟁을 전제로 한 개발공약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한정된 자원을 분배하는 권력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다시 움직일 수 있다. 지역 시민과 공동체의 오랜 마음과 가치를 반영한 정책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의 연장선이지만 중앙정치의 한계를 보완하고 실질적인 지역 시민과 공동체의 마음을 담고 반영할 수 있는 기회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대선 직후 치러지는 선거는 직전 대선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이대로라면 이번 지방 선거에서도 우리 지역의 현안과 미래상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각 당의 지방선거 출마 후보군도 좁혀지고 있다. 그러나 대선이 남긴 마음의 상처 때문일까 오히려 지방 선거에 대한 관심은 줄어든 듯 하고 중앙 정치의 이슈가 지배하고 있다. 예비 후보자들이 지역사회 발전을 공약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면밀히 검토하고 의논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제시하는 발전의 상이 진정 시민과 공동체의 마음과 윤리의식을 반영하는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형종 연세대 미래캠퍼스 국제관계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