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목적 같은 첫만남 이용권·영아수당 신설 통합 필요
영유아·아동 지원에 원주시 예산 7.96% 시비 부담 증가

지난 22일 폐회한 제231회 원주시의회 임시회에서 가장 격렬한 논쟁이 오간 곳은 행정복지위원회였다. '원주시 출산장려금 및 출생아 건강보험료 지원 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놓고 의원들 사이에 1시간 30분이 넘는 격론이 벌어졌다.

논쟁의 핵심은 기존 원주시가 지원해 온 출산장려금 지원을 폐지해야 하느냐, 존치해야 하느냐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출생아를 위해 200만 원의 '첫만남 이용권'을 바우처로 지급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자체 지원한 출산장려금을 폐지하기로 원주시가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원주시는 그동안 연간 10억 원의 예산을 편성, 첫째 30만 원, 둘째 50만 원, 셋째 이상 100만 원을 출산장려금으로 지급해 왔다.

원주시가 폐지를 고민한 가장 큰 이유는 재정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첫만남 이용권'에도 시비를 매칭해야 돼 기존 출산장려금까지 지급하면 예산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첫만남 이용권 분담률은 국비 74%, 도비 10%, 시비 16%로 원주시는 올해 6억8천만 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시의원들은 저출산 위기 극복은 시대적 과제라면서 연 6억8천만 원 때문에 기존 출산장려금을 폐지하려는 원주시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지헌 시의원은 "원주시 복지예산이 연간 4천900억 원이 넘는 상황에서 10억 원 지원하던 것을 폐지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정부지원금 200만 원 외에 기존 원주시 출산장려금도 계속 지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첫만남 이용권과 사업목적이 비슷한 출산장려금은 폐지시켜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올해부터 강원도 육아기본수당이 월 4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변경되고, 가정에서 양육되는 23개월까지 영유아에게 1인당 월 30만 원이 지급되는 영아기본수당이 신설됨에 따라 지원시책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유선자 시의원은 "출산장려금은 출산 및 양육비 지원이라는 점에서 첫만남 이용권과 중복 지급되는 경향이 있다"며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자체 출산지원금이 인구감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 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했고, 보건복지부도 통합조정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시간 논의 끝에도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행정복지위원회는 '원주시 출산장려금 및 출생아 건강보험료 지원 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계류시켰다. 우선 원주시의 재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한 뒤 추후 재심의한다는 방침이다.

원주·춘천·동해 외 15개 시군은 존치
도내에서 출산장려금 폐지를 선택한 지자체는 원주를 비롯해 춘천시와 동해시 등 세 곳이다. 춘천시는 그동안 첫째 50만 원, 둘째 70만 원, 셋째 이상 100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했지만, 올해부터는 첫만남 이용권으로 대체한다. 동해시도 60만 원, 120만 원, 180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이제는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춘천시는 지난해 출산한 산모 또는 현재 임산부들에게 48만 원 상당의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를 지원하기로 했으며, 동해시는 임산부 교통비 지원 등 신규 사업을 발굴해 추진할 계획이다.

반면 도내에서 가장 많은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양양군과 출산용품과 출산장려금을 함께 지급하는 정선군, 출생 순위에 따라 100만 원씩 늘어나는 출산장려금제를 운영하는 정선군 등 15개 시군은 첫만남 이용권과 별도로 기존 출산장려금이나 출산축하금을 유지하기로 했다.

원주시, 영유아 및 아동 지원예산 지속 증가
원주시는 출산장려금 폐지가 '첫만남 이용권'과 연관이 있기는 하지만 재정 부담을 첫만남 이용권으로 국한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과 거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국가사업으로 시행되는 영유아·아동 수당 신설 확대로 인한 시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고 강원도 육아기본수당 인상으로 원주시 자체 신규사업비 확보에도 어려움이 많다는 설명이다.

원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원주시 영유아·아동 지원예산은 육아기본수당, 출산장려금, 아동수당, 가정양육수당, 셋째이상 출생아 건강보험료까지 703억1천200만 원이다. 이중 시비는 126억4천600만 원이 투입됐다. 시비만 놓고 보면 전년도인 2020년 84억1천만 원과 비교, 40억 원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첫만남 이용권과 영아수당이 신설되고 강원도 육아기본수당이 인상된 올해는 출산장려금을 제외하고도 1천221억2천800만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이중 시비는 178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40억 원 이상 늘어난다.

신승희 원주시 보육아동과장은 "올해 영유아·아동 지원에 소요되는 1천221억2천800만 원은 원주시 올해 예산의 7.96%, 보육아동과 전체 예산의 71.8%에 달한다"며 "매년 시비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아수당은 2025년 50만 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되고, 아동수당 지급 연령도 확대될 예정이어서 다른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울 만큼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