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야전군 사령부, 미군 부대 캠프롱, 육군 제1하사관학교, 국군원주병원 등 군부대와 군사 시설이 있었던 태장동에서 쌍동통닭은 군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중학교 때 호저면 주산리 외갓집에 갔다가 외삼촌 따라 태장에 있는 통닭집에 갔던 기억이 있다. "태장에서 제일 잘하는 통닭집"이라는 외삼촌 말대로 금방 튀겨내 따뜻하고 고소한 맛은 단연 최고였다. 맛에 취해 마구 먹다 보면 뼈까지 오도독 씹는 때도 있었다. 그러면 "닭 뼈는 날카로워 뱃속에 들어가면 해로워. 먹으면 안 돼"라며 외삼촌이 말렸다. 1970년대 후반의 일이니 참 많은 세월이 흘렀다.

태장에서 제일 잘하는 통닭집이라고 외삼촌이 데리고 갔던 곳이 쌍동통닭이다. 원주 통닭집의 원조로 알려진 쌍동통닭은 50년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유명한 곳이다. 1970년대는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기름에 튀긴 통닭을 파는 집이 늘어났다. 튀긴 통닭을 누런 종이에 싸서 파는 재래시장 통닭은 시장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 아이들에게는 여간해서는 먹기 힘든 귀한 음식이었다. 그런 형편이었으니 외삼촌 따라가서 먹어본 통닭 맛은 환상 그 자체였다.

쌍동통닭이 유명해지게 된 배경은 태장동 일대 군부대 및 군사시설과 깊은 관련이 있다. 제1야전군 사령부, 미군 부대 캠프롱, 육군 제1하사관학교, 국군원주병원 등 군부대와 군사 시설이 있었던 태장에서 쌍동통닭은 군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외출과 휴가를 나가는 군인들, 면회를 위해 찾아오는 군인 가족을 중심으로 통닭의 인기가 급증했다. 덕분에 쌍동통닭 주변 골목에 열 군데도 넘는 통닭집이 들어서 통닭 골목으로 유명해졌다. 태장동에서 살았던 한 주민은 당시 모습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쌍동통닭·남부통닭 등 군부대 배경으로 유명세
1970년 이후 원주서 근무한 사람들 추억의 음식
 

▲ 미군 헬기장 및 예비군 훈련장이 있었던 개운동의 남부통닭도 군인과 면회객을 중심으로 유명해졌다.

"그땐 군인들 면회 가고, 군인 병원 면회 갈 땐 통닭 사서 가지고 갔어요. 사병 군인들 면회 가서 통닭 먹이고, 환자 병사들 만나서 통닭 먹이고 그랬어요. 지금은 군인들이 휴가도 자주 나오고 배불리 먹지만 그땐 그렇지 못했잖아요."

군부대를 배경으로 유명해진 통닭집은 쌍동통닭 외에도 여러 군데 있다. 미군 헬기장 및 예비군 훈련장이 있었던 개운동의 남부통닭도 그중 하나다. 개운동 군사시설 근처에 있었던 남부통닭은 군인과 면회객을 중심으로 유명해졌다. 38사단과 육군 전용 헬기장이 있었던 단구동에는 군인과 가족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단구통닭이 있었고, 일산동의 대전통닭도 군인들이 자주 찾던 통닭집이었다.

1970년대 이후 원주 군부대 또는 군사시설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에게 원주에서 맛보았던 통닭은 추억의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원주를 떠난 후에도 통닭 맛을 잊지 못해 원주를 찾기도 하고, 누런 봉투에 담긴 통닭을 사서 집으로 가져가기도 했다. 하지만 군부대와 군사시설이 줄어들면서 통닭집도 하나, 둘 문을 닫고 현재는 쌍동통닭과 남부통닭 등 몇몇 군데만 남아있다.

재래시장과 통닭집을 중심으로 번성하던 통닭은 양념통닭 등장 이후 치킨이라 불리면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튀김옷의 느끼함을 고추장 양념으로 잡아주고, 매운맛은 설탕과 시럽으로 중화시키고, 파를 덮고, 고추, 마늘 다져 넣고, 치즈 가루 첨가한 새로운 치킨이 급격히 늘어가면서, 통닭집의 추억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차츰 멀어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