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농수축산신문은 최근 농민 1천7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는 농업 농촌의 현실을 잘 말해준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농민 대다수는 국내 농·축산업이 위기 국면에 봉착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7.9%가 위기감이 과거보다 더 커졌다고 대답했다. 국내 농산업이 위기라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32.9%가 인력문제를, 22.4%는 기후·환경 문제를, 16.8%는 고령화 문제, 15.6%는 수입농산물 문제를 꼽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농촌 인력문제의 심각성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축산업이 위기라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25.6%가 수입 축산물 때문이라고 답했으며, 16.2%는 질병 방역 문제, 15.9%는 수급 불안 문제를 꼽았다. WTO, FTA로 대표되는 개방농정을 위기의 본질로 현장 농민들은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농업·농촌을 둘러싼 환경변화와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5.7%가 경지면적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점을 우려했고, 도·농간 소득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응답도 전체의 71.3%, 농가 간 영농규모의 양극화 심화에 대한 물음에도 66.9%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5.2%가 농촌 고령화와 지역소멸이 심각하다고 답해 현장 농민들이 체감하는 문제의 심각성은 일반인들의 그것보다 훨씬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영농규모와 소득의 양극화, 고령화와 지역소멸을 초래한 주범은 개방농정이라고 농민들은 지목하고 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임기 말의 현 정부는 한미FTA 발효 10주년을 맞아 대미 수출액 증대 성과 홍보에 나서면서, 공청회를 예고하는 등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하여 농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더하여 식량안보 문제도 심각하다. 팬데믹의 장기 지속으로 곡물 수출국들이 수출을 중단하고 있는 데 더해 러시아의 우쿠라이나 침공, 작황부진 등이 겹쳐 곡물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국제 곡물 시장 관계자들은 곡물 가격이 곧 두 배로 오를 것이라 우려할 정도다.

 세계 평균 곡물자급률 101.5%에 비해, 식량 수입 5위, 2019년 기준 곡물자급률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인 21%, 밀과 옥수수의 자급률은 1%인 우리의 식량주권, 식량안보는 언감생심이다. 위기의 농업·농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새로 들어서는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 실로 막중하다. 중환자실에서 연명치료 중인 농업·농촌을 어느 정도까지 치료할 수 있을까? 직불금을 지금의 두 배인 5조로 확대하여 연 25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상향, 식량자급률을 제고하며 청년농업인 3만 명 육성지원, 농지 보전을 통한 식량주권 강화, 농촌인력 문제와 경영부담 절감을 위해 외국인 근로자 단기취업비자제도 개선, 계절 근로제도 비자기간 연장, 이주 활성화 지역 지원특별법 제정, 세제 혜택·비즈니스 서비스 지원 강화, 보육·의료·보건 특별지원 확대로 지방소멸 문제 해결 등을 공약했다. 

 당선인이 직접 농정을 챙기겠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나, 약속한 공약들이나마 말의 성찬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5년 임기 내내 농민들은 두 눈 부릅뜨고 공약이행 여부를 지켜볼 것이다. 

 바라건데 지금부터라도 농업과 농촌과 농민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꾸는 것으로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 농업은 단순한 1차 산업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며 국가의 균형발전과 환경보전을 담당하는 국가의 전략적 산업이다.

 농민은 현재 농업 경영체 등록제하에서처럼, 농산물 연간 판매액이 120만 원이 되거나 또는 1년 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면 인정되는 단순 산업종사자가 아니다. 식량주권을 실현하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먹거리를 생산하는 주체로서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가치실현에 종사하는 인격체로 정의하자. 

 그 위에 식량주권 차원에서 식량자급율 100% 제고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하자, 농지 보전을 위한 농지 이용실태 전수 조사와 함께 비농민의 농지 소유를 예외 없이 금지하도록 농지법을 개정하자. 헌법과 근로기준법으로부터 노동자가 보호받고 의무를 다할 수 있듯이, 농민의 권리 의무를 헌법과 농민기본법 제정으로 보장받도록 하자.

이규옥 신림면 용암1리 농민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