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전환 가속화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2017년부터 메드비즈 플랫폼 구축
IoT 디바이스·서비스 개발 촉진 위해 각종 인프라 시설 지원
20조 디지털 헬스케어 보안 시장 선점 위한 보안리빙랩 운영

디지털 헬스케어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을 활용해 개인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맞춤 진료를 가능케 하는 지능형 의료 서비스다. 의료서비스의 패러다임이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관리로 전환되면서 세계적으로 뜨는 분야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는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2019년 1천63억 달러(125조 원)에서 2026년 6천394억 달러(776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의료기기 시장 규모가 2019년 4천억 달러(485조 원)에서 지난해 4천458억 달러(541)까지 성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다. 

이 때문에 세계 주요국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대한민국 의료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원주에서도 2017년부터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생태계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력산업인 의료기기를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재)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가 지난 10일 개최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확산을 위한 세미나'에 참석해, 원주 디지털 헬스케어 육성사업 진행 상황을 들여다봤다. 

디지털 헬스케어, 메드비즈 플랫폼으로 육성
2020년, 강원의료기기 171개 업체는 6천423억 원의 의료기기를 생산했다. 전국의 4.4%밖에 안 되는 기업들이 나라 전체의 6.3%에 달하는 의료기기를 생산했던 것. 국내 도시 중 이만큼 많이 의료기기를 제조한 곳은 원주 말고는 없었다. 이 밖에도 원주는 대한민국 의료기기 수출의 7.8%를 담당하는 수출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연매출액 10억 원 이하의 영세기업이 대부분이다. 또한 상당수 의료기기업체가 생활치료기 중심의 단순 의료기기를 생산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IoT(사물인터넷)나 AI(인공지능) 의료기기가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원주에서는 아직 거리가 먼 이야기일 뿐이다.

이에 원주시와 (재)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는 지역 의료기기 업체의 디지털 헬스케어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단순한 생활치료 의료기기 제작에서 벗어나 예방과 진단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을 유도하고 있는 것. 지난 2017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원주 의료기기 산업이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선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장비, 서버·스토리지, 전문 인력 등의 인프라가 필요하다.

원주는 2017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의 '차세대 생명건강 산업생태계 조성사업'을 통해 산업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 기업체가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과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이 메드비즈(MEDBIZ) 플랫폼 구축 사업이다. 스마트 체중계나 혈압계처럼 헬스케어 기기가 개인 생체신호를 측정하면, 수집된 데이터를 저장·가공해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정보는 병원이나 공공기관 등과 연계돼 개개인이 질병이나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도울 수 있다. 

그런데 각종 디바이스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저장·가공·연계하려면 ICT 기술은 물론 별도의 제반 설비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재)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는 2017년부터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 현재는 150여 대의 각종 산업 설비를 갖춰 놓은 상태다.

(재)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김일환 주임연구원은 "강원ICT융합연구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평원이 협력해 IoT 제품의 기술 개발과 실증을 돕고 있다"며 "테크노밸리에 오면 이 모든 인프라를 무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드비즈 플랫폼을 통해 기업은 표준화·규격화된 IoT 기기를 개발할 수 있고, 프로그램 개발자는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를 이용해 서비스개발을 추진할 수 있다. 사용자는 의료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가 가능하다.

세 주체가 플랫폼을 잘 활용하면 지역 의료기기 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전망된다. 플랫폼 활용 노하우가 더 쌓이게 되면 공공기관, 정부 등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재)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는 원주가 국내·외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 했다.

디지털헬스케어 보안리빙랩…20조 원 정보보호 시장 선점을 위한 기틀
IT 분야 리서치 기업인 가트너 그룹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을 전망함과 동시에, 지속적으로 의료기기와 의료기기 서비스에 대한 보안 중요성을 언급해왔다. 미국 FDA(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의료기기에 대한 보안 취약성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국내 대학의 한 연구팀은 적외선 레이저로 중환자실에서 사용하는 약물주입기 센서를 해킹하는데 성공했다. 적당량보다 과도하게 약물을 주입하거나, 과소 주입하게 만들어 환자 건강에 위협을 가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에서는 해킹을 통해 병원 CT 이미지를 조작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인위적으로 의료 정보를 조작해 의료진이 오진하게끔 유도했다. 

이처럼 정보보호를 고려하지 않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은 개개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기술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전국 5개 지역에 디지털 헬스케어 보안리빙랩을 구축했다. 강원도엔 2020년 디지털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이며 의료기기 업체가 모여 있는 (재)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에 보안리빙랩이 설치됐다. 

이곳은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의 보안 인식 제고를 위한 시연공간과, 개발단계부터 정보보호를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 공간으로 구분돼 있다. 시연공간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에서 보안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테스트 공간에서는 해킹 위협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하드웨어 보안점검 도구 ▷네트워크 취약점 점검 도구 ▷소스코드 취약점 점검 도구 등 다양한 보안 툴이 구비되어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백종현 팀장은 "보안리빙랩에서는 식약처 인허가 인증에 필요한 시험이나 관련 서류 작성에 대한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며 "알려지지 않은 보안 위협과 그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정보보호산업 시장 규모를 2025년까지 20조 원으로 늘릴 방침이다. 국가 차원에서 정보보호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것.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이러한 내용의 '정보보호 산업의 전략적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2011년 국내 시장 규모가 11조9천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신시장 창출 ▷글로벌 일류 정보보호기업 육성 ▷정보보호산업 기반 강화를 위한 생태계 확충 ▷차세대 정보보호 기술경쟁력 확보 등의 세부 실행과제도 함께 내놨다.

디지털 헬스케어 등의 보안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도록 원주에 보안리빙랩 융합보안 거점을 구축할 것이라 했다. 정부 차원에서 세계 일류 수준의 정보보호 기업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 격차가 큰 4개 과제를 선정, 기술·제품 개발도 지원할 계획이다.

원주 의료기기 산업 관계자는 "정부가 디지털 보안 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는 만큼 원주가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를 비롯한 관계 기관이 정보보호 산업 육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