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갈운1리에 있는 김백선 의병장 묘소. 지평 출신 평민 김백선은 안승우, 이춘영, 김사정과 함께 지정면 안창리에서 을미의병 봉기를 주도했던 의병장이다.

지평 출신 평민 김백선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맹영재가 조직한 민보군(동학농민군을 진압하기 위해 조직한 민간인 부대)에 들어가 활동했다. 맹영재가 이끄는 민보군은 홍천 서석면 풍암리 전투에서 차기석이 이끄는 동학농민군을 진압했다. 이 전투에서 희생된 동학농민군이 800여 명에 이르렀을 정도로 대규모 전투였다. 농민군 진압의 공을 인정받아 맹영재는 지평 현감으로 임명되었다.

1895년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에 시해되고 단발령이 단행되자 김백선은 맹영재를 찾아가 의병을 일으킬 것을 청했지만 맹영재는 거절했다. 이에 격분한 김백선은 맹영재의 비겁함을 격렬하게 비판하고 돌아와 지평 출신 유생 이춘영, 안승우, 원주 출신 김사정 등과 뜻을 모아 지정면 안창리에서 봉기했다. 을미사변과 단발령에 반발해서 일어난 최초의 의병봉기였다. 봉기한 의병부대는 원주 관아를 점령하고 제천으로 향했다. 이후 단양 전투에서 관군을 물리치는 등의 성과도 있었지만, 영월, 단양, 제천, 원주 일대에서 봉기한 여러 의병부대가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등 문제점도 나타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월에서 유인석을 의병대장으로 추대하여 호좌의진을 구성했다. 호좌의진은 유인석 의병대장, 안승우 전군장, 이춘영 중군장, 김백선 선봉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지휘부를 구성하여 제천, 단양, 충주 일대에서 치열한 전투를 전개했다. 영월, 평창, 충주를 점령하고 단발령에 앞장섰다는 명분으로 군수 등 지방관을 처형했다. 외견상 호좌의진은 유인석 의병장을 중심으로 강한 결집력을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동학농민혁명 당시 양반 편에서 농민군 진압
의병운동 중 양반 권위에 도전 죄목으로 처형

▲ 항일 의병장 김백선 어록비. 을미사변과 단발령에 격분한 김백선이 지평 현감 맹영재를 찾아가 의병을 일으킬 것을 권유하다 거절당하자 국난 앞에서 일신의 안위를 위해 몸을 사리는 맹영재의 비겁함을 비판했던 말을 새긴 비석이다.

1896년 2월 수안보 전투에서 중군장 이춘영이 전사했다. 이후 호좌의진은 관군과 일본군의 공격을 받아 제천으로 후퇴했다. 의병대장 유인석은 안승우를 중군장으로 임명하고 전열을 재정비했다. 3월 선봉장 김백선을 중심으로 영주와 수안보 일대의 일본군 병참기지를 공격했다. 수안보 점령을 눈앞에 두고 김백선은 중군장 안승우가 지휘하는 본진에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수안보 점령은 좌절됐다.

전투 후 본진으로 돌아온 김백선은 지원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며 중군장 안승우에게 따져 물었다. 안승우는 유인석 대장을 지켜야 하는 중군의 사명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김백선은 안승우의 태도를 비판하며 칼을 휘두르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유인석은 김백선을 향해 소리쳤다.

"너는 한낱 포수에 불과한 상놈이거늘 어찌 감히 양반 앞에서 칼을 빼 들고 날뛰는가? 분수도 모르는 네놈을 군율 위반죄로 다스리겠다."

유인석의 명에 따라 김백선은 체포되어 의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처형당했다. 양반 유생들이 주도했던 의병부대에서 평민 김백선의 항명은 양반의 권위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동학농민혁명 당시 양반의 편에 서서 농민군 진압에 앞장섰던 김백선은, 의병운동 과정에서 양반의 권위에 도전한다는 죄목으로 처형되었다. 김백선의 처형으로 호좌의진은 급격하게 약화 되었고, 양반·유생들이 주도하던 의병운동의 흐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