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10여일이 지났다.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나라이지만 TV 화면을 통해 피난을 떠나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파괴된 어린이집, 피 흘리며 죽은 사람들, 총소리와 여기저기 널부러진 폭탄 잔해들을 보면  지금 일상을 살고 있는 게 감사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 우크라이나 사람들도 얼마 전까지는 일상을 누리며 살았기에 우리의 일상도 미세한 바람에 쉽게 꺼져 버리는 비눗방울처럼 순식간에 파괴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의문이 들었다. 

 지금은 제20대 대통령 선거 시기이다. 전쟁이 지도자 한 사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또 그렇기도 하다. 히틀러가 그렇고 푸틴이 그렇다. 그만큼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수 많은 외침을 당해 왔고 지금도 미·중·일 사이에서 시소게임을 하듯 국민의 안전과 이익을 지키기 위한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정치외교적 노력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시기에 역량 있는 정치지도자를 뽑는 것은 우리의 일상을 지키고 안전을 담보하는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다. 

 대통령의 중요한 자질과 능력 중에 첫째로는 복잡하고 중층적 이해관계에 있는 국제적 관계 속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정치 외교적 능력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우크라이나의 사례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일상이 전쟁 앞에서 모래성처럼 하루 아침에 허물어 질 수 있다는 사실을 눈앞에 보여주고 있다. 강력한 군사력이 평화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것이,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진짜 이기는 방법이다. 그러려면 국제정세를 잘 알고 다양하고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미·중·일 국가 사이에서 지혜롭고 균형적인 외교로 국민의 안전과 이익을 지킬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둘째는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지 목표가 분명한 사람이어야 한다. 누군가 시의원을 하겠다며 상담을 하는 분이 있으면 나는 왜 시의원을 하려고 하는지를 먼저 묻는다. 하물며 시의원도 그럴진대 대통령을 하려고 하는 정치인이라면 왜 대통령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비젼과 미션이 분명해야 한다.

 어쩌다 보니 얼결에 떠밀려서 나오거나 "쟤도 나오는데 나라고 못할 게 없지" 하고 출마하거나 권력 자체를 탐해서 나오려는 사람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정치가 국민들로 부터 신뢰받지 못하는거다. 권력은 일을 하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권력을 사유화하고 권력을 사적 이익을 취하는 수단으로 전락시킬 우려가 높은 부패한 정치인이 되기 쉽다.

 세 번째.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사람은 아버지의 죽음은 쉽게 잊어도 재산의 상실은 좀처럼 잊지 못한다"고 했다. 또 "배가 고픈 거는 참아도 배가 아픈 거는 참기 어렵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20대 대통령이 될 사람은 이념과 정쟁보다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처지를 잘 알고 이해하며 누구나 인간으로서 기본권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네 번째는 관료들을 일하게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있는 리더여야 한다. 관료들을 장악하지 못하면 지금의 정부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10년 넘게 의원 생활을 해 보며 의원은 인도블럭 하나 내 손으로 놓을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예산이나 조례 심의해서 의결하기도 하고 5분발언이나 시정질문을 통해 정책제언을 하거나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일을 하는 사람은 결국 공무원이다. 행정을 맡은 공무원들이 움직여 주지 않으면 무엇하나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없다.

 잠시 출연기관에서 일을 하며 정년이 보장된 안정적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정해진 일(관례적으로 해 오던 일) 외에 추가로 새로운 업무를 만들거나 하도록 하게 하는 건 업무 부담을 주는 일이라고 느낀다는 걸 알았다. 

 선출된 권력은 4~5년만 지나면 사라지는 어공(어쩌다 공무원)이지만 관료들은 늘공(늘 공무원)이다. 늘공들이 움직여 주지 않으면 어공들은 관료들에게 끌려 다닐 수 밖에 없고 새로운 변화나 혁신은 불가능해진다. 지금의 검찰이 그렇고 기재부가 그러하다. 오죽하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지배한다지 않은가.

 관료들을 장악하지 못하면 제대로 일하지 못한 채 임기만 채우고 말게 되는거다. 이런 관료들을 일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국민의 요구와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일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는가가 정부의 성패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도자로서의 덕목이란 게 수십 가지가 넘겠지만 오는 20대 대통령선거에서는 꼭 이런 역량을 갖춘 대통령이 당선됐으면 좋겠다.

용정순 (전)원주시의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