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광국사탑과 탑비 복원 계획도.

올해 보존환경 용역…지반정비 보호각 설치 검토

2024년 원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국보 제101호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이 실내 유적전시관이 아닌 탑비 옆 원래 있던 야외에 복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지광국사탑과 탑비의 복원 위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크게 갈렸다. 원칙적으로는 원형보존을 위해 원위치에 되돌려야 하지만, 탑과 탑비가 심각하게 훼손된 만큼 야외에 있을 경우 손상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이나 문화재위원회 내부 분위기도 "문화재는 원위치에 있어야 가장 빛난다"면서 원위치 보존을 주장하는 측과 "더 이상의 훼손을 막고 원활한 관리를 위해서는 실내 유적전시관에 보존, 전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했었다.

그런데 문화재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법천사 터에 남아있는 국보 제59호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비의 보수·정비 계획을 검토한 끝에 탑비를 옮기지 않고 현장에서 수리하기로 결정하면서 지광국사탑 역시 원위치 복원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광국사탑비 보수·정비는 당초 해체한 뒤 부재를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로 옮겨 진행하기로 계획됐었다. 하지만 현장 확인과 전문가조사 결과 탑비를 완전히 해체하면 유물 자체는 물론 주변 유구(遺構)도 훼손될 우려가 커지면서 문화재위원회도 고민 끝에 현장 보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탑비 이전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원주로 돌아오는 지광국사탑 역시 탑비 옆 복원이 유력하다는 게 관련 인사들의 의견이다.

아직 문화재위원회 심의가 남아있지만 문화재청과 원주시도 원위치 존치에 무게를 두고 준비에 들어갔다. 원주시가 올해 부도전지 보존환경 용역을 통해 주변 지반상태 등 보존환경을 점검하는 것이나 보호각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지광국사탑과 탑비 보호각 예상 조감도.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관계자는 "탑 복원 위치로 기존 승탑지를 우선 고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받기 위해선 아직 해결할 부분이 있어 아직 확정이라고는 할 수는 없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이 관계자는 그 이유로 "보존처리를 했더라도 탐과 탑비를 야외에 복원할 경우 비바람 등으로부터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호시설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탑과 탑비를 함께 보호할 수 있는 돔이나 투명재질 등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보호각을 고려하고 있는데, 우선 주변 지반이나 환경이 보호시설 설치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재청과 원주시는 부도전지 보존환경 용역을 통해 보호각 설치에 문제가 없을 경우 이르면 10월, 늦어도 11월에는 문화재위원회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재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게 되면 내년 지반 정비공사와 함께 보호각 공모 및 실시설계를 거쳐 2024년까지 설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박광식 원주시 문화재팀장은 "지광국사탑 귀향을 애타게 기다려 온 시민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모든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하루라도 빨리 안전하게 원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광국사탑은 고려시대 국사(國師) 해린(984~1070)이 세상을 떠나자 사리를 모시기 위해 세운 탑이다. 1911년 제자리를 떠난 뒤 110년 동안 한국과 일본 각지를 떠돈 비운의 문화재로 유명하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폭격으로 상부가 무너지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2016년 국립고궁박물관 옆에 서 있던 지광국사탑을 해체해 5년간에 걸쳐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보존처리를 진행했다.

그동안 탑 없이 홀로 법천사 터를 지켜온 지광국사탑비는 지광국사탑과 짝을 이루는 유물이다. 거북 모양 받침돌 위에 비석을 세우고 왕관 모양 머릿돌을 얹었다. 비석에는 지광국사가 불교에 입문해 입적할 때까지 행적과 공적을 담은 글을 새겼다. 조각 기법이 세련되고 화려해 같은 고려시대 탑비 중에서도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