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2000년에 들어설 때 일게다. 영국의 유력 언론지인 이코노미스트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바로 요즘 거의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게임에 대한 기사였다.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사생아인 게임이 언젠가는 가장 선두에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한 내용이었다.

 사생아라는 의미는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나온 부산물로 돈 벌이나 전면에 내세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는 아니라는 것이다. 바로 그 게임이 이제 우리의 일상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게임을 즐기는 모습은 이제 너무 쉽게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이용하다 보니 산업으로 성장을 했고,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는 전체 콘텐츠 수출의 약 70%를 게임으로 채우고 있다. 특히 바깥 활동이 대폭 축소된 코로나 19 시기에 콘텐츠 산업은 날개를 달았다.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과는 상반되게 청소년 정신건강에 유해하다는 여론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2019년에는 WHO(세계보건기구)에서 게임이 질병코드에 분류된다고 발표된 바 있다. 모든 사람에게 게임이 질병이 될 수는 없지만, 이용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정신건강을 해치는 질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게임은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오락이어서 그 유해성 여부를 두고 꾸준히 논란이 되어 왔다.

 그런데 게임을 두고 과연 우리는 예술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렇게 게임을 돈 벌이 수단이다 질병이다 등등 안 좋은 화제 거리 대상이었던 것을 질병이 아닌 예술로 생각할 수 있는가 말이다. 여기에는 좋은 사례가 있다. 역시 대중문화 영역인 비디오이다.

 비디오는 마이클잭슨을 세계 팝의 황제로 등극시킨 도구이다. 처음으로 대중가요계에 비주얼이란 용어를 탄생하게 하였고, 지금은 비디오 없이는 가수로 진출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백남준 화백은 비디오를 예술의 세계로 이끌면서 비디오 아티스트라는 말을 대중에게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백남준 선생을 대중문화와 예술의 경계를 없앤 위대한 예술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미국의 팝 아티스트였다. '행복한 눈물'이란 작품으로 익숙한 그의 작품 세계는 만화가 가지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선과 단순화된 색채 등을 사용하여 만화적인 그림을 예술로 전환한 위대한 인물이다. 

 그러면 게임은 어떤가? 아주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요즘은 미디어 아티스트란 말이 아무런 저항 없이 예술로 인정받고 있다. 전국 어디를 가나 캔버스에만 있었던 미술 작품이 컴퓨터 화면에 옮겨져 있어 미술을 고정된 틀이 아닌 얼마든지 넓은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 눈앞에 현실로 다가오면서 게임은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기술과 접목되면서 새로운 게임은 물론이고 미디어 아트로서 그 가능성을 높여 주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1년부터 게임이 예술 장르로 법적으로 인정되었고, 일본도 문화예술진흥기본법에 게임을 예술로 명시해 게임진흥을 국가 책무로 규정한다.

 내가 살고 있는 원주로 눈을 돌려보자. 원주도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은 게임을 즐기고 있을 것이고, 어른들은 우려 섞인 눈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원주시는 정부로부터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 받고 시민들과 함께 문화활동을 설계하고 실천하는 과정에 있다.

 누구나 소외되지 않는 문화도시를 위해 81개의 실천 과제도 내놓고 열띤 토론과 활동 중이다. 아주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원주 인구 36만5천 명이 누구나 문화도시를 꿈꾸기는 쉽지 않은 과제일 것이고, 더구나 한창 대중문화에 관심을 두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문화나 예술은 먼 거리에 있을 수 있다.

 누구보다 대중문화와 게임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이들에게 게임을 미술과 음악, 미디어 아트, 인문학 등 예술 활동으로 연결시켜 이들에게 즐거움과 동시에 품격을 높여 줄 수는 없을까? 

 원주는 군사도시라는 오랜 시각에서 이제는 다이내믹 페스티벌, 간현의 출렁다리 등으로 문화관광도시로 바뀌어 많은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을 이끌고 있다. 전에는 거의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원주는 시도하고 있고 전국의 사람들에게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주고 있다.

 오랫동안 주목 받지 못한 것들을 원주시와 시민들의 노력으로 이뤄낸 성과이다. 이제 다음은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에 관심을 두고 싶다. 게임 예술의 도시, 원주 문화도시를 꿈꾸며.

구문모 한라대학교 미디어광고콘텐츠 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