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현곤 한라대 산학부총장 겸 LINC+ 사업단장.

미래차 부품 연구·기획·생산·판매 인프라, 교내 건설

한라대학교가 원주 자동차부품 산업 체질을 혁신적으로 바꾼다.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산업구조를 최첨단 부품 산업으로 전환하려고 하는 것. 이를 위해 산·학·연이 공존하는 캠퍼스를 조성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스마트 모빌리티 캠퍼스'를 구축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러한 포부는 자동차부품 산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원주는 강원도 자동차부품 기업의 90%가 있는 곳이다. 소속 근로자만 해도 2천800여 명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내연기관 자동차부품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런데 내연차 중심의 시장이 전기차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위기감이 팽배한 상태다.

실제로 2013년 대비 2019년 강원도 자동차부품산업은 생산액은 1/3이, 수출액은 절반가량 감소했다. 한라대 서현곤 산학부총장은 "차부품 산업은 코로나 전후로 매출이 반 토막이 날 정도로 내림세"라며 "산업 생태계가 바뀌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의 활로를 열어줘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스마트 모빌리티 캠퍼스는 대학이 미래차 부품 기술을 개발하면 지역 업체가 이를 적용하는 구조다. 쉽게 말해 원주 자동차부품 산업이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산업으로 전환하도록 돕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를 위해 캠퍼스 안에 ▷스마트 모빌리티 타운 ▷디지털융합 자동차 부품혁신지원센터 ▷산업융합지구 ▷도시첨단 산업단지 캠퍼스 혁신 파크 ▷UAM(Urban Air Mobility·도시형 항공 이동수단) 개발·인증 지원센터 등의 인프라를 갖출 계획이다. 

가장 먼저 추진되는 것은 디지털융합 자동차부품혁신 지원센터. e모빌리티, 자율주행차, 드론 택시 등의 설계와 실증을 디지털 시스템 안에서 구현하는 곳이다. 가령 자동차 한 대를 개발하려면 통상 100여 차례의 충돌 시스템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디지털융합 자동차부품혁신 지원센터에서는 디지털 트윈 시스템을 활용해 가상공간에서 이를 검증할 수 있다. 부품 개발부터 실증까지 시간과 비용을 상당수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부터 착공에 들어가 2025년 완공되며 국·도·시비 등 29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 한라대 스마트 모빌리티 캠퍼스 조감도.

스마트 모빌리티 타운은 현 산학협력관을 리모델링 해 조성한다. 대학과 대기업, 원주 자동차부품 기업이 전기·자율주행차 개발을 연구하는 곳이다. 자동차부품 생산자조합과 연구조합, 만도, 이모빌리티산업협회 등이 한 공간에서 협업할 수 있다.

이미, 쌍용차를 인수하려는 에디슨모터스를 비롯해 국내 유수의 전기차 기업들도 한국전기차생산조합으로 들어와 있다. 향후 각 기업·단체가 협동조합을 구성해 미래차 부품 개발에 매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융합지구는 자동차부품 생산조합이 운영할 도시형 공장이다. 이곳에선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UAM에 필요한 부품을 기획, 생산, 판매할 수 있다. 지난해 이광재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법적 기틀이 마련됐다.

한라대는 교내 유휴지를 활용해 산업융합지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 도시첨단 산업단지 캠퍼스 혁신 파크는 미래차 부품을 개발할 소프트웨어 연구 공간으로, UAM 개발·인증 지원센터는 드론택시 산업기반을 조성하고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곳으로 만들 계획이다.

미래차 부품 개발·생산에 필요한 핵심 인력 양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한라대는 지금도 자율주행차 부품 설계와 관련한 전문인력을 육성해 디피코, 에디슨모터스 등에 공급하고 있다. 기업은 대학으로부터 첨단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고 제품 개발과 관련한 서비스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구현하려면 막대한 행·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대학 측은 어림잡아 1천500억 원가량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선 정부가 추진하는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사업에 도전할 계획이다. 서현곤 부총장은 "스마트 모빌리티 캠퍼스는 3년 전부터 계획해 차근차근 계획을 밟아가고 있다"라며 "정부나 지역 정치권은 물론 지자체, 기업 등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