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 떠나는 나들이 북크닉 원주!' 원주시 문화예술과가 동네 책방을 소개하려고 만든 여행지도이다. "도시반 시골반 조용히 바쁜 '원주' (중략) 들어서면 전혀 새로운 책과 나만의 우주를 만날 수 있는 곳들, 함께 떠나볼까요?"라는 글귀와 함께 A3 크기 한 면에는 동네 책방과 복합공간들을 아기자기한 그림과 함께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그림 속에는 원주의 책방지기가 추천한 7권의 책에 대한 소개도 함께 담겨 있다. 그리고 뒷면에는 책방 12곳과 복합공간 6곳, 공공도서관 6곳의 특징과 주소, 전화번호, 인스타 계정 등으로 찾아갈 수 있는 정보가 정리되어 있다.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고자 꼼꼼하게 고민한 흔적이 느껴진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인쇄물의 정보를 확인하고 배포하기 위하여 담당 부서에서 직접 '책방 틔움'에 들른 것이다.

 학성동의 작은 북카페 '틔움'은 '원주 최초의 독립출판물 전문책방'이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무색하게 작은 카페이다. 테이블 3개에 10여 명이 앉으면 꽉 차는 작은 공간에 독립출판으로 만들어진 책들이 빼곡히 꽂혀있다. 카페 틔움은 카페지기가 요일에 따라 바뀌고, '어사(어쩌다 사장의 줄임말)'라고 부른다.

 어사들은 회의를 통해 운영방식을 함께 정하고, 단톡방으로 소통하며 맡은 시간을 책임진다. 그러나 어사들은 자신이 일한 대가를 돈으로 환산하지 않는다. 공간을 향긋하게 채우는 커피도 내리고, 대형 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개성이 강한 책들도 소개하고 판매하며, 시민들을 위한 크고 작은 모임을 준비해주는 등 일은 사장처럼 주도적으로 하지만 무보수 자원 활동인 것이다.

 틔움의 어사들은 과거 법무법인 사무실이 있던 건물을 이웃들과 희망을 틔우는 공간으로 쓰면 좋겠다는 뜻을 담아 '희망공간 틔움'이란 새로운 이름으로 지역사회에 내어주신 분의 뜻에 공감하고, 스스로 책을 만드는 작가들의 꿈을 전하는 책방이 그 자리에서 그대로 주민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남아 있게끔 하기 위하여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나누고 있다. 틔움은 공간 임대료와 인건비는 들지 않음에도 지속적인 공간 운영비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것을 생각해보면, 아마 여행지도에 소개된 동네 책방들과 복합공간들도 유지하는 것 자체가 큰 숙제일 것이라는 오지랖 넓은 우려가 든다.

 카페 틔움은 왕복 2차로 모퉁이에 위치한 곳이지만, 법원에 이어 원주역까지 이전한 후로는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기 힘든 곳이 되었다. 그래도 최근 창의문화도시가 학성동 일대를 전시공간으로 만들면서 행사가 있을 때는 틔움이 화기애애한 만남의 공간이 되고, 도시재생사업으로 마련된 학성갤러리에 전시가 바뀔 때면 작가님들도 찾아와 커피를 마시는 핫플레이스가 되기도 한다. 
 

 '어사' 활동을 하면서 제일 힘든 것은 문을 열고 있어도 찾아오는 이가 없다는 것이다. 며칠 전, 문을 열고 하루종일 손님을 기다리던 날이었다. 한 사람이 "문 닫을 즈음에 와서 죄송해요. 책 좀 보려고요" 하며 들어왔다. 외롭게 혼자서 책방을 지키던 하루의 끝에 찾아온 손님을 향한 반가운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인사하니 그분은 "저는 상주에서 왔어요.

 다른 지역을 가게 되면 짬을 내어 그 지역의 책방에 가는 걸 좋아하거든요"하며 책을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원주작가 미자 리의 책 <원주>와 <원주문화꾸러미>를 품에 안고 계산하였다. 나는 이 작은 공간에 찾아준 멋진 방문자에게 비매품인 책들과 이런저런 원주의 자료들을 선물로 드리면서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북크닉에 틔움지기로서 내가 추천했던 책 <원주>를 어찌 알고 선택하셨을까?'.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카페틔움 뿐 아니라 모든 지역의 동네 책방들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찾는 곳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 수익이 많지는 않아도 '좋은 공간'임을 알아주고 발걸음하는 사람들과 인연이 쌓이면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로 멀리 여행할 수 없다고 투덜거리기도 이젠 지쳤으니 동네 책방에서 만나는 새로운 경험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잘 만들어진 동네 책방 안내서 '북크닉 원주'를 손에 들고 우리 지역 동네 책방과 문화공간을 찾아서 인생 책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된다면 즐겁고 멋진 세상으로의 여행은 계속될 거니까….

이현주 원주생협 이사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