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평의병 지평리전투 기념관 내부.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에 있는 기념관으로 을미의병과 6.25 전쟁 당시 지평리 전투를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지평의병 지평리전투 기념관'에는 항일의병운동의 효시를 지평의병으로 소개하고 있다. 지평 출신 이춘영과 김백선이 일으켰던 1896년 1월 봉기를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봉기가 시작된 곳이 지정면 안창역 부근으로 원주 을미의병봉기기념탑이 세워진 곳이다. 안창역에서 봉기한 의병부대는 원주 관아를 점령하고 제천으로 이동했다. 봉기를 일으킨 지역도, 첫 활동 지역도 원주였음에도 지평의병이라 이름붙인 이유는 뭘까? 이춘영, 김백선 등 지평 출신들이 봉기를 주도했고, 김백선이 이끄는 포군이 봉기한 의병의 대부분이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안창리 의병을 주도했던 인물은 지평 출신 이춘영과 김백선 외에 원주 출신 김사정이 있었다. 안창리 출신 김사정은 의병부대 편성을 주도하면서 원주를 중심으로 의병 모집에 주력하였다. 안창리에서 봉기한 의병부대에서 김백선이 이끄는 포군들의 활약은 중요했다. 하지만 김사정이 모집한 원주 일대 의병들의 역할 역시 중요했다.

안창리 의병부대는 원주 군수 이병화에게 군량미를 요청했다. 군수 이병화는 후환이 두려워 충주부로 피신했다. 의병들은 관아를 점령하고 군수물자를 확보했다. 점령된 원주 관아는 폐지된 강원감영이었다. 그 후 의병부대는 충주부를 점령하기 위해 제천으로 이동했다. 8도가 폐지되고 23부로 개편되면서 원주는 충주부에 속했기 때문이다.

원주출신 김사정, 부대 편성 주도 의병모집 주력
이춘영·김백선 제외하면 지평의병 규정 근거 없어

▲ 지평의병 전시관은 지평의병을 항일의병운동의 효시로 소개하고 있는데, 그 출발을 원주 지정면 안창리에서 일어난 의병봉기로 설명하고 있다.

제천으로 이동한 의병부대는 단양 전투에서 관군을 물리치고 유인석을 중심으로 하는 호좌의병부대로 통합되었다. 호좌의진은 제천을 점령하고 청풍 군수 서상기와 단양 군수 권숙을 체포, 처형하였다. 이후 전열을 정비하여 남한강 상류인 북창나루를 거쳐 2월 충주성을 점령했다.

충주성 점령 이후 수안보와 가흥에 주둔하고 있던 일본군 병참 수비대를 공격했다. 수안보 공격에서 이춘영이 전사하는 등 의병부대의 타격도 컸지만 충주성을 공격하는 일본군 수비대를 격퇴시켰다. 하지만 일본군과 관군의 공격이 계속되면서 3월 충주성에서 후퇴해서 청풍을 거쳐 제천으로 후퇴했다.

5월 호좌의진은 제천의 남산전투에서 관군에게 크게 패해 단양, 충주 등지로 이동했다. 호좌의진은 이동하면서 원주에서 재기를 모색하면서 부론을 거쳐 안창리로 들어왔다. 하지만 제천에 주둔하고 있던 관군이 강천과 안창으로 병력을 나누어 공격할 기미가 보이자 춘천 방면으로 이동하였다. 안창리에서 시작되어 제천, 단양, 청풍, 충주 일대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을미의병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안창리 봉기 이후 을미의병의 항쟁 과정에서 원주 지역은 인적, 물적 자원을 지원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원주를 중심으로 의병 수백 명이 합류했고 이는 이 시기 의병부대의 사기를 북돋우고 전투력을 강화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평의병 지평리전투 기념관'에서 의병운동의 효시로 지평의병을 소개하고 있지만, 지평 출신 인물을 제외하면 지평의병으로 규정할 근거는 찾기 힘들다. 봉기부터 마무리까지 원주를 중심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안창리 봉기 이후 6개월가량 전개되었던 을미의병은 이후 을사의병과 정미의병이 원주를 중심으로 전개될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