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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冬至)에 즈음하여

우리 조상들은 붉은색의 팥이 악귀를 비롯한 모든 나쁜 기운을 몰아낸다고 믿었다. 뜨겁고 붉은 동지팥죽 한 그릇이 지구상의 모든 코로나균을 몰아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 서봉교 시인 원주문협 부지부장l승인202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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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겨울이 오면 제일 바빠지는 것은 농민들 손길이었다. 겨울을 이겨낼 난방용 땔감을 해야하고 무를 묻을 구덩이를 파고 김치를 저장할 우리를 만들어야 했는데 그것은 땅을 먼저 판 다음에 소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수수깡으로 벽을 만든 다음 짚으로 이영을 엮어서 덮은 후에야 완성이 됐다.

 지금처럼 김치냉장고가 없던 시절 김치우리는 겨울농사를 저장하는 보물창고나 다름이 없었다. 이후 김장을 해서 그곳에 저장을 한 후 마지막 단도리를 해야 월동준비가 끝이었다. 시골 집집마다 김치우리를 보는 것은 그 당시 아주 흔한 풍경이었다.

 그렇게 겨울이 깊어갈 때 쯤 마당이 꽁꽁 얼어야 도리깨로 수확한 콩을 털 수가 있었다. 풍차가 귀하던 70년대 그 시절 늦은 밤까지 키로 까불어서 콩 선별을 하는 것은 어머니 몫이었다. 이후 가마솥에 장작불을 때서 만든 손두부를 산초기름에 구우면 먹거리가 귀하던 시절 최고의 음식이고, 감기치료제였고, 보약이었다. 

 어머니는 다시 노랗고 굵은 콩으로 메주를 만드셨다. 메주를 만들 때는 언제나 외할머니께서 오시고 우리 가족은 방구석에 사다리처럼 만든 소나무줄기에 메주를 달아 놓고 메주가 발효될 때까지 기다려야했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동짓날이 다가왔다. 옛 어른들은 초순(음력 11월 1일~10일)에 동지가 들면 '애기동지'라고 하여 민간에서는 팥죽을 쑤지 않았다. 다만 절(寺)에서는 가능하여 애기동지가 든 해에는 절에서 쑨 팥죽으로 온 동네가 나눠먹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께서 해주신 옛날이야기 중 하나가 생각난다. 동짓날 절에서 불씨를 꺼뜨렸는데 보살님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동안 부처님은 사람의 모습으로 민가에서 불씨를 구해와 화롯불을 살려 놓고 법당에 앉아있었다고 한다. 걱정하던 보살님이 법당을 살펴보니 신기하게도 꺼졌던 불씨가 살아있었는데 놀라서 쳐다보니 부처님 입술에 팥죽자국이 약간 남아 있었다고 한다. 이후 부처님 입술이 붉은 색이 되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붉은색의 팥이 악귀를 비롯한 모든 나쁜 기운을 몰아낸다고 믿었다. 팥을 뿌리며 가족들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고 팥죽을 나눠 먹으며 동짓달 긴긴밤을 보냈다고 한다. 코로나 확진자가 연일 7천 명을 돌파하는 요즘, 뜨겁고 붉은 동지팥죽 한 그릇이 지구상의 모든 코로나균을 몰아내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아주 간절하다.


서봉교 시인 원주문협 부지부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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