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정면 안창리 을미의병 봉기 기념탑. 2002년 1월 원주시에서 건립했다. 섬강으로 이어지는 동화공단로와 지정로 길목 삼거리인 농촌교차로에 있다.

1896년 1월 29일자 일본 동경조일신문에 원주 관련 기사가 등장한다.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약 1000여 명이 원주에서 봉기하여 한 부대는 제천으로, 한 부대는 춘천으로 향하였는데 제천에 모인 의병 수가 400~500명이었다.

1896년 1월 원주에서 의병이 봉기했다는 기사이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청으로부터 랴오둥 반도를 할양받았다. 일본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는 프랑스와 독일을 끌어들여 삼국간섭을 통해 일본이 랴오둥 반도를 차지하지 못하게 했다. 러시아가 주도한 삼국간섭으로 조선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된 일본은 친러 정책의 중심에 있던 명성황후 민비를 시해하는 을미사변을 일으켰다. 명성황후 시해 후 단행된 을미개혁에서 단발령이 공포되자 조선에서는 반일감정이 폭발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을미의병이 일어났다.   

원주에서도 을미의병의 불길이 타올랐다. 1896년 1월 지정면 안창리에서 이춘영, 김사정, 김백선, 안승우 등이 중심이 되어 봉기한 것이다. 봉기에 참여한 의병은 김백선이 이끄는 포군과 원주의 백성들이 참여했는데 그 규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려주는 국내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을미·을사·정미의병 모두 봉기 원주가 유일
지역 의병운동 연합 확대과정서 중심 역할

▲ 을미의병 봉기 기념탑 건립 취지문.

동경조일신문 보도에 의하면 의병의 규모는 1천여 명 정도였고 제천과 춘천의 의병운동과 관련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참여 인물 중에 이춘영과 김백선은 경기도 지평, 김사정은 원주, 안승우는 제천이 생활 근거지였다. 제천으로 향했던 400~500여 명의 의병 중, 지평 포군이 100여 명 정도였고 나머지는 원주 일대에서 참여했던 일반 백성들이었다. 

안창리에서 봉기한 의병부대가 제천과 춘천 방면으로 이동했음도 확인된다. 제천과 춘천 의병이 원주에서 일어난 의병부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을미의병 이후에도 을사늑약이 배경이 되어 일어났던 을사의병, 고종의 강제 퇴위와 군대 해산이 배경이 되어 일어났던 정미의병이 있었다. 일제 침략에 맞서 무기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목숨을 걸고 의병부대를 조직해서 싸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을까?

을미, 을사, 정미의병 시기 모두 의병 봉기가 일어났던 지역이 있다. 원주였다. 전국에서 유일하다. 단순하게 의병봉기만 했던 것이 아니라 각 지역 의병운동을 연합해서 의병전쟁 형태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했던 것이 원주 의병이었다. 1907년 8월 군대 해산에 맞서 민긍호가 이끄는 해산 군인과 이에 합류한 원주 시민들은 이인영 의병대장과 연합부대를 형성했고, 1908년 13도 창의군과 함께 서울진공작전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군사 도시, 꿩, 걷기대회, 둘레길, 다이내믹 페스티벌, 생명·평화의 도시, 1970년대 민주화 운동의 성지 등 원주를 대표하는 다양한 상징물이 있지만, 원주가 항일의병운동의 중심지라는 말은 낯설고 생소하다. 제천, 춘천, 지평에서는 항일의병 관련 기념관을 만들고 의병제, 학술대회 등을 열어 기념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원주에서는 기념관도 없고 의병관련 행사도 열리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원주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항일의병운동의 역사를 몇 회에 걸쳐 정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