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그림책 프리 비엔날레가 지난달 4일부터 21일까지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올해 처음으로 시도된 그림책 비엔날레는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그림책 시민문화 활동에서 그림책 특화사업을 거쳐 그림책 문화도시로 연결되는 다년간의 문화적 시민 활동이 축적되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특히, 올해는 프리 비엔날레를 통해 그림책 도시로서의 가치를 재정립해보고, 2022년 본격적인 국제비엔날레이자, 시민문화축제로 나아가기 위한 계기를 마련하였다고 본다. 

 

 도시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그림책 비엔날레
 이번 그림책 비엔날레는 그림책의 역사와 다양성, 시민문화로서의 의미와 예술적 가치를 중심에 두며 전시형태로 구현하였지만, 가장 중요했던 것은 당연히 많은 시민에게 그림책문화를 알리는 것이었다. 

 모든 시민이 그림책의 가치를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경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림책의 가치를 너무 높게 생각하며, 해석하기보다는 쉽고 다양하게 접하는 일상문화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오스트리아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이반 일리치(Ivan Illich)'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세 가지로 '시'와 '자전거', '도서관'을 말했지만, 모든 시민이 시를 읽고, 자전거를 타며, 도서관에서 책을 봐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생태적 도시문화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책 비엔날레는 비엔날레 자체가 가지는 문화예술적 가치도 있겠지만, 비엔날레를 통해 시민들이 그림책문화를 다양하게 접하고 경험하게 하는 도시문화의 다양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림책을 통한 문화적 관계인구를 늘려나가는 것
 '관계인구'라는 용어는 '지역과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인구'를 말하며, '문화적 관계인구'는 '다양한 문화적 활동환경을 통해 만들어지는 관계성'을 의미한다. 그림책문화는 그림책을 통한 문화적 관계인구를 만들어나가는 다양한 활동이며, 그림책 비엔날레 역시 '지역 안에서' 또는 '지역과 지역을',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문화적 관계인구를 늘려나가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결국 '그림책 도시'라는 개념도 다양한 그림책문화를 통해 만들어지는 관계인구가 늘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인지되는 '도시의 관계적 환경'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체의 변화와 그 가능성에 주목하며
 원주 그림책문화의 원동력은 다년간 축적된 시민문화 활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시민이 경험하고, 주체로 변화하며 그 가능성을 늘려갔기에 지금에 이르렀다고 생각된다. 원주 그림책 비엔날레 역시 도시 문화의 한 측면으로 안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다양한 경험 축적이 필요하기에 그 가능성에 주목하며 나아가야 할 것이고, 이 과정들이 시민의 관심과 지지 안에서 이루어지길 바래본다.

최지만 원주 그림책 프리비엔날레 총감독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