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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극장 재생의 조건

아카데미를 경험하고 사용하고 새롭게 이야기할 사람들을 계속 만나가야 한다. 그 사람들을 위한 재생이고, 그들이 주인공이기 때문 변해원 원주영상미디어 센터장l승인202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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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사례를 찾아본다고 해서 무언가 베껴올 것을 찾기는 쉽지 않다. 있다면 자그마한 힌트 정도. 재생의 대상이 다르고, 그것이 가진 이야기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의 사례를 듣는다는 것은 일의 연속성에서 벗어나 차분히 주위의 환경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지난달 20일 열린 '아카데미포럼_B39에게 순차적 재생을 묻다'는 부천 아트벙커 B39의 재생사례였다. 발제자 3명이 순차적 재생과정과 문체부 유휴공간 사업의 사례를 발표했다. 2010년 논의를 시작해 3차 재생사업을 앞두고 있는 B39의 12년 시간을 다 담을 수는 없었다. 발제 중 김광수 건축가가 이야기해 준 세 가지 사례를 통해 아카데미극장이 가져야 할 재생 조건을 공유해 봤으면 한다. 

 공원관리사무실이 된 인디밴드 연습실
 영화관이었다가 시민회관으로, 그 다음엔 결혼식장으로 쓰였던 광주시민회관은 80년 광주민주항쟁 때 시민군의 훈련장으로 쓰이기도 했다. 재생 당시에는 서울 탑골공원 같이 어르신들의 아지트 역할만 하고 있어 철거 목소리가 나오다 재조성 프로젝트로 귀결되었다.

 건축설계 제안은 '나는 가수다' 형식의 경연방식을 빌려오고, 시민들이 심사에 참여하는 방식을 더하면서 광주시청 담당부서는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제안됐던 공원 속 정자 모델은 반으로 뚝 잘려 건물 리모델링만 추진됐다. 지역 인디밴드 연습장으로 계획된 곳은 공원관리사무실이 됐다. 선거로 지자체장이 바뀌고 행정의 관심은 다른 곳로 향했기 때문이다. 최근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한 예술가들이 전시장으로 쓰면서 주목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긴 시간을 표류해왔다. 재생과정에서 행정의 지속성이 중요한 이유다. 

 

 주민참여 연쇄 고리 만들기
 철원군 양지리 마을은 철새가 많이 찾는 곳이다. 국토부 문화기반시설 조성사업을 통해 농업 외 수익사업이 없던 마을에 관광자원을 새로이 만드는 계획이 추진되었다. 철원이 청정지역이라 관광객을 위한 식당을 만들지 못하자 주민들이 나서 도시락 상품을 개발하였다.

 주민들이 기초한 철원쌀 브랜드를 디자이너가 결합해 상품화하기도 했다. 광주시민공원이 행정 중심이라면 양지리 마을은 주민 참여 중심의 재생모델이다. 하지만 마을공동체의 주요 인물이 빠지게 되면서 한순간에 재생과정은 멈추게 되었다. 주민참여에서 재생주체가 확산되고 연속성을 가지지 못한 이유다. 

 

 예산 부족이 가져다 준 순차적 재생
 부천 아트벙커 B39는 거대한 소각장 규모에 맞는 재생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순차적 재생을 진행하게 된 경우다. 쓰레기 트럭이 드나들던 진입부를 열린 광장으로 만들고, 관리동부터 리모델링을 하려던 계획은 예산 규모에 맞춰 5층 규모 소각장 중 1, 2층만 리모델링 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여지를 남겨두고 기대하게 하는 방법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한 번에 재생이 끝나지 않으니 건물은 계속 살아있는 느낌을 가져다 주었고, 운영 단체가 사업초기에 선정되면서 운영 계획이 설계에 반영될 수 있었던 건 덤이다. 순차적 재생은 공간이 운영되는 걸 점검하면서 공간활용에 대해 새로운 제안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알려주었다. 

 행정의 지속성, 주민 참여의 연쇄성, 시간과 여지를 남기는 순차적 재생. 이 세 가지를 김광수 건축가는 이야기해 주었다. 이제 시작인 아카데미극장에 행정의 지속성을 이야기하는 게 이르다고 할 수 있지만, 행정은 재생의 바탕이 될 것이다. 또 아카데미를 경험하고, 사용하고, 새롭게 이야기할 사람들을 계속 만나가야 한다.

 그 사람들을 위한 재생이고, 그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기초 안전을 위한 설비를 정비하고 부분 재생과 콘텐츠 생산이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더 많은 숙제가 있겠지만 지금은 여기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변해원 원주영상미디어 센터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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