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원주시 농업기술센터 생명농업교육관에서 열린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시민토론회.

2021년은 지방자치사에서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다.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통과한 소위 '자치분권 3법'이 시행되는 첫 해이기 때문이다.

30여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지방일괄이양법제정안, 자치경찰제 실시를 위한 경찰법 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주민주권 구현과 실질적인 제도화의 토대가 구축됐다. 그동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가 중앙을 중심으로 공전을 강조했다면 '자치분권 3법'을 통해 지방의 자전력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자치분권 3법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새 지방자치법이 제대로 시행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주민자치 등 입법 보완과 내부 자치역량 제고 등을 통해 자치역량 강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원주시의회 자치분권특별위원회(위원장: 곽희운)와 원주투데이신문사는 지난 7월부터 4회에 걸쳐 '지방자치 30주년, 자치분권시대 지방의회 발전방향'을 주제로 자치분권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지방자치학회(회장: 박기관) 주관으로 ▷한국 지방의회의 역사 ▷한국형 주민자치의 설계와 방향 ▷지역소멸과 지역뉴딜 ▷지방의회 전문성 제고방안 ▷자치분권의 성과와 과제 등 다양한 주제의 전문가 특강이 이어졌다. 

지난 9일에는 그 마무리 시간으로 원주시농업기술센터 생명농업교육관에서 '자치분권 시대 지방의 대응과 과제'를 주제로 시민 토론회가 열렸다. 박기관(상지대 교수)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의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 성과와 과제' 주제 발표에 이어 임정빈 성결대학교 교수, 김정헌 한국지방자치 시민연구회 회장, 김정윤 원주시 이·통장연합회장, 이선경 원주시민연대 대표, 곽희운 원주시의회 자치분권특별위원장 등이 토론자로 나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곽희운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가 뿌리내릴 수 있었던 것은 자치 발전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 때문"이라며 "오늘 토론회가 자치분권 실현을 위해 다시 한 번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일 토론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지상 중계한다. 자치분권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지방분권 실현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 지난 9일 원주시 농업기술센터 생명농업교육관에서 열린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시민토론회.

박기관 한국지방자치학회장
박기관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은 현 정부의 자치분권 성과에 대해 "고무적이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 한다"고 평가했다. 자치분권 사전협의제 도입, 재정분권, 지방일괄이양법 제정 등을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 성과로 제시한 박 교수는 "하지만 일과 돈과 인력의 중앙정부 집중현상은 지금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향후과제로는 시행령 등 하위 법령 개정, 자치분권 관련 입법 추진 및 완성, 주민참여 3법 완성, 새로운 행정협력체계 구축 등을 거론했다. "자치입법권을 강화하고 현재 7대3 정도에 그치고 있는 중앙과 지방의 사무 비중을 재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박 회장은 "주민투표 및 주민소환제를 도입했지만 실제 운영은 미미한 상황"이라면서 "주민투표법과 주민소환법을 개선하고 공직선거법 등 관계법령 개정에 따라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중앙과 지방의 수평적 협력은 물론, 지방정부 간 협력, 교육청, 경찰청, 주민자치회 등의 연계적 협력 등 새로운 행정협력체계 구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선경 원주시민연대 대표
이선경 원주시민연대 대표는 "시민들의 의견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방이 위기라고 하는데 중앙정부에서 과연 예측을 하지 못했을까?"라고 반문한 이 대표는 "지역주민 의견을 외면하고 지역혁신을 고려한 정책이 없었던 것이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주의와 풀뿌리 지방자치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이 대표는 "행정의 목적은 시민의 삶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공동체의 주인인 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실행해야 자치역량 또한 신장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사진 왼쪽부터 박기관 한국지방자치학회장, 이선경 원주시민연대 대표, 임정빈 성결대학교 교수, 김정헌 한국지방자치 시민연구회장, 김정윤 원주시 이·통장연합회장, 곽희운 원주시의회 자치분권특별위원장.

박기관, 새로운 행정협력체계 구축 필요
이선경, 시민의견 담겨야 자치역량 신장
임성빈, 지방자치법 후속 조치 서둘러야
김정헌, 지역실정과 특성 부합모델 필요
김정윤, 대학과 기업연계 거버너스 구축
곽희운, 상임위 세분화 전담부서도 신설

임정빈 성결대학교 교수
임정빈 성결대학교 교수는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를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낙후된 지방을 살리기 위해서는 중앙집권적인 획일적인 정책이 아니라 지역주민 아이디어가 반영된 지역 특색을 살린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임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제도와 권한을 지방에 이양할 수 있도록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인사권 독립, 정책지원 전문인력제도 도입 등 지방의회의 자율성과 독립성, 전문성이 강화된 것은 분명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한 임 교수는 "지방의회의 대응과 준비가 중요한 데 아직까지 눈에 띄는 모습이 없어 아쉽다"고 했다.

임 교수는 또 "의회의 권한이 강회된 만큼 책임도 뒤 따른다"며 "지방의회의 윤리의식과 이해충돌 문제와 관련, 지역주민들의 기우를 불식 시킬 수 있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헌 한국지방자치 시민연구회장
김정헌 한국지방자치 시민연구회장은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서울 등 전국 각 지역을 벤치마킹 했지만 우리 실정과 부합하는 곳이 없었다"면서 "지역 실정과 특성에 맞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구 1만 명 이하 면 단위의 경우 주민자치위원들이 대부분 겸직을 할 수 밖에 없어 전문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언급한 김 회장은 "오류 없이 운영될 수 있는 자치회를 조직하기 위해 시의회가 조례제정 시 지역실정을 충분히 고려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또 "원주에는 5개 종합대학 교수진 등 인프라가 충분한 만큼 적극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

▲ 지난 9일 원주시 농업기술센터 생명농업교육관에서 열린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시민토론회.

김정윤 원주시 이·통장연합회장
김정윤 원주시 이·통장연합회장은 "지방자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귄력 피라미드 최상위에 지역주민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감한 투자로 지역대학 활용도를 높일 것"을 주문한 김 회장은 "지역기업과 대학을 연계한 새로운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했다.

김 회장은 "제도가 아무리 개선되더라도 지역주민 역량 강화와 의식 정착이 관건"이라며 "주민 자치의식 수준이 높아야 지방자치 수준이 따라서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곽희운 시의회 자치분권특별위원장
곽희운 원주시의회 자치분권특별위원장은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른 의회 인사권 독립 및 정책지원관 도입과 관련, "조례 제·개정 및 규칙 제·개정을 통해 어느 의회보다 발 빠르게 지방자치를 준비 하겠다"고 말했다. 기존 4개 상설위원회를 5개로 세분화하고 조례제정을 위한 전문 부서를 신설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자치법규 강화와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견제와 감시를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곽 위원장은 "지방의회가 스스로 지속적인 역량을 강화하고 집행기관을 견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지방자치단체와 거버넌스를 구축한다면 1명의 시장이 중심이 되는 자치가 아닌 주민들의 대표인 의회와 주민이 중심이 되는 자치를 실현할 수 있다"면서 "자치분권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