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신사분이 내원해 진료실에 마주 앉았다. 한 달 전 국가에서 무료로 시행하는 국가 건강 검진 1차 검사에서 빈혈이 의심된다고 통보 받고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이 환자는 그 동안 매우 건강했고 현재 불편한 증상이 전혀 없으며, 이전 건강검진에서도 이상 소견이 없었다고 한다. 건강검진 받던 날 음식을 조금 먹고 가서 혹시 검사 결과가 잘못 나온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확인해 보고 싶다고 했다. 

 검진 결과를 보니 헤모글로빈(Hb) 수치가 11.8gram% 이었다. 다른 항목은 모두 정상이었다. 환자의 의견을 존중해 다음날 공복 상태에서 CBC 라고 하는 전혈구 검사를 다시 시행했더니 헤모글로빈(Hb) 수치가 11.2gram% 이었다. CBC 검사에서 Hb 정상 범위는 14~16gram% 이다.

 성인 남자는 14gram% 이하로 떨어지면 빈혈 가능성이 있고 13 gram% 이하로 떨어지면 빈혈로 진단한다. 빈혈은 크게 6가지로 분류되는데, 철 결핍 성 빈혈, 만성질환에 의한 빈혈, 재생불량성 빈혈, 골수치환 빈혈, 거대혈모구성 빈혈, 용혈성 빈혈이다. 

 노신사분은 빈혈로 진단되었다. 여섯 가지 빈혈 중에 어디에 속하는 지를 알기 위해 몇 가지 혈액 검사를 추가로 시행한 결과, 철분 결핍 성 빈혈로 판정되었다. 

 성인 남성의 철분 결핍 성 빈혈은 숨어있는 질병을 찾아내야 함을 의미한다. 엄격한 채식주의자는 예외일 수 있으나 육류 섭취를 어느 정도 하는 남자들에게 철분 결핍 성 빈혈은 본인 모르게 본인 몸 속에서 혈액을 조금씩 잃어 버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위암이나 대장암 같은 질병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위암이나 대장암은 병이 많이 진행되어야 속이 불편한 증상이 나타난다. 병의 초기에는 조금씩 위장 출혈을 유발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변 색을 확인하지 않으며 확인을 한다 하더라도 눈치 채기가 어렵다.

 노신사분은 설명을 들은 후에 위내시경 검사와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았으며 우측 대장에 3cm 크기의 대장암이 발견되어 종합병원으로 전원 하여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이성우 이성우내과 원장 의학박사/ 내과 전문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