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원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자치분권 세미나. 참석자들이 툭강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특강

지방자치 부활 30년을 맞아 '자치분권 시대 지방의회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치분권 세미나가 지난 17일 원주시농업기술센터 내 친환경농업종합센터 생명농업관에서 열렸다. 지난달 20일에 이어 두 번째 마련된 이번 세미나에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이 '한국형 주민자치의 설계와 방향'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펼쳐 주목을 모았다.|

전 회장은 "지방자치는 30년 만에 괄목할 발전을 이뤘지만 주민자치는 20년 동안 별다른 발전이 없었다"며 "지방자치는 법령과 권한, 조직과 인력, 재원이 있지만 주민자치에는 그런 분권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방자치의 두 축은 지방자치와 주민자치로 분권 없는 자치는 허구"라고 주장한 전 회장은 "주민자치는 주민이 민주화 과정과 절차를 통해 지방의 대소사에 역량을 결집하는 것"아라면서 "읍면동과 통·리에서 제대로 작동한다면 정치와 행정적으로 멋있는 사회가 되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전 회장은 이날 강연에서 "주민자치는 잘 먹고 잘 살고 잘 노는 일을 주민들끼리 하는 것으로 혼자 하면 개인자치고 공무원이 하면 관치이지만 주민들이 이웃과 함께 할 때는 주민자치가 된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주민자치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하려는 마음이 없는 경우도 많다"면서 "주민자치는 2인 3각 경기와 같아 쉽지 않지만 서로 양보하고 발맞춰 간다면  못할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읍면동과 통·리를 민주화, 자치화 시키는 것이 주민자치의 출발"이라고 언급한 전 회장은 현실적인 절충안으로 읍면동을 자치단체화 시켜 읍면동장을 선거로 선출하고 읍면동의회와 주민총회를 설치해 협치할 것을 제안했다.

"통리에는 주민이 자치하는 주민자치회를 만들어 읍면동과 통·리 이중구조로 구축하면 된다"고 제시한 전 회장은 "주민자치 기능의 중심은 통·리계층에, 협치기능은 읍면동에 두는 이중구조로 설계해 자치와 협치가 따로 성립하되 조화롭게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주민자치회, 충분히 지원하되 간섭 말아야"
"마을에 존경받는 진정한 어른 있어야 가능"

▲ '한국형 주민자치의 설계와 방향'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주민자치가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한 원인에 대해서는 "주민자치회를 생활중심 조직으로 보느냐 과업중심 조직으로 보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행정안전부는 현재의 주민자치회를 과업중심으로 보는데 과업중심이 되려면 일감과 조직이 있어야 하지만 주민자치회에 예산이나 각종 권한은 주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과업중심을 강조하지만 실제는 아무것도 못하게 막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 회장은 "생활중심으로 간다면 주민자치회에 사무국장이 배치되어 실무를 담당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한 뒤 "주민자치 사업을 생활중심형은 사무국에서 기본임무로 수행하되 과업중심형 사업은 수임·수탁·수익사업 등 각 사업별로 사업국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법령이나 조례로 임무를 부여할 경우에는 수행할 수 있는 조건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면서 "이때 제공하는 조건에 대해 주민자치회가 사전에 심의하고 동의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민자치 관련 법제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행정안전부의 주민자치회 표준조례와 지방자치법 개정안 모두 주민자치회를 지역 주민으로 구성하지 않고 있다는 점과 주민자치회 총회가 이뤄지지 않는 문제를 지적한 전 회장은 "주민이 주민자치회를 구성하지 못하면 주민회가 아니고 관변단체가 된다"면서 "주민자치회 회원으로 구성되는 최고의결기구인 총회가 없으면 입법권이 없고 결정권도 없는데 주민자치가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자치회가 마을과 주민을 대표하고 대변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주민자치회에는 모든 주민이 회원이 되어야 하며, 입법, 인사, 재정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전 회장은 "주민자치회는 NGO(비정부)·NPO(비영리)·NFO(비사적) 조직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에 정부든 기업이든 시민단체든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대신 주민자치회가 주민자치의 동기인 이익, 권력, 명예동기를 주민에게 부여하고 숙성시키는 임무를 담당해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추첨체로 주민자치회 위원을 뽑는 것은 주민자치의 동기 자체를 없애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회장은 "주민자치는 주민을 인격자로, 마을을 공동체로 만드는 일"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마을에 존경할 수 있는 어른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민자치위원들이 마을의 진정한 어른, 멋있는 어른이 되어야 주민자치가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 회장은 "그 토대를 원주에서 만들어 달라"며 "언제든 달려와 돕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지방자치 30주년을 맞아 원주시의회 자치분권특별위원회(위원장: 곽희운)와 원주투데이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지방자치학회가 주관하는 '자치분권 세미나' 세 번째 특강은 10월 26일 같은 장소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