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와 함께하는 올 여름 폭염은 지구를 찜통으로 만들었다. 무더운 여름 복날이면 우리는 복달임으로 보양식을 먹으며 더위를 이겨왔다. 그러나 수 십 년째 복날이면 어김없이 개고기 식용에 대한 논쟁이 뉴스로 보도된다.

 지난 6월 미국 유명 시트콤 '프렌즈'의 제작자 케빈 브라이트 감독은 미국과 한국을 4년간 오가며 개고기 산업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누렁이'(Nureongi)를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했다. 그는 한국이 교육제도나 경제력의 위상이 세계적으로도 높은 나라인데 개고기를 먹는다니 직접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다고 한다. '누렁이'는 7월 말 현재 43만 명이 봤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속한 나라들은 OIE가 설정한 위생 안전 기준에 영향을 받는다. OIE 가입국 중 개 식용을 합법화한 나라는 없다. 싱가포르와 대만, 홍콩이 개 식용을 금지했고 코로나19 이후 중국도 지난해 4월 개를 가축에서 제외했다. 개 식용이 남은 나라는 캄보디아와 베트남 그리고 우리나라 정도다.

 현 축산법에 따르면 '개'는 소, 말, 양, 돼지, 닭, 오리 등과 함께 대량 사육이 가능한 가축에 포함된다. 반면 축산물의 위생을 관리하고 가축의 사육·도살·처리와 축산물의 가공·유통을 규정하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은 가축의 범위에 '개'를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이처럼 '축산법' 상 개는 가축이나, '축산물위생관리법' 상 가축에는 개가 제외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식용 개고기를 만들기 위한 개의 도축·유통 과정은 법적인 규율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개의 도살은 무법지대에 있는 것이다.

 문제가 된 춘천의 도견장처럼 개 도축장 허가가 나지 않자 흑염소 도축장에서 대단위 개 도축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행법상  합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처벌할 수 있는 규정도 없다. 이 때문에 동물보호단체와 대한육견협회는 각자의 입장에 따라 합법과 불법을 주장하며 정면 충돌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말 한국인 4명 중 1명 이상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부와 많은 지자체에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다양한 정책과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지난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강원도"를 실현한다는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원주도 반려견 놀이터와 펫푸드체험장을 조성하는 등 급성장하는 반려견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다양한 소비 욕구를 충족하면서 반려동물 산업시장을 개척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반려동물은 보호하고 육성해야 하는 중요한 자원으로 보는 것이다. 

 반면, 국제동물보호단체 HSI는 지난 2015년부터 한국에서 식용견 농장폐쇄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2020년 17번째 작업을 통해 2천마리 이상의 개를 구조해 미국으로 해외입양 보냈다. 모호한 법 테두리에서 모른 체 하는 사이 한국은 아기 수출국에 이어 입양견 수출국의 오명을 덧붙이고 있는 중이다. 

 브라이트 감독은 실제 한국에서 입양된 두 마리의 개와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영화를 만들면서 자신이 개 농장주의 처지를 이해하게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악마화' 되기만 했던 개 농장주의 너무나 가난한 처지나, 개소주가 건강에 좋다는 믿음으로 건강원을 꾸리는 시장 상인의 이야기는 개식용 산업을 단순히 동물 학대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원주시가 반려동물 산업을 통한 경제 활성화와 관광산업 육성을 꿈꾼다면 동물보호를 담당하는 조직과 인력을 확대하고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또, 유기동물 발생을 예방하고, 동물학대를 방지해야 한다. 그리고 반려동물 문화시설 확충과 동물보호정책지원으로 동물복지향상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동물도 인간과 같이 생명권을 지니며,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를 지닌다. 그 권리는 반려견만의 권리가 아니라 개 농장에 갇혀서 사육되는 식용견에게도 적용된다. 먹는 개와 함께 사는 개가 따로 있을까? 이제 인간과 동물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선택을 우리도 해야 할 때이다.

정유선 강원도의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