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12일 강원감영에서 열린 제34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행사. 추진위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영화 '국제시장' 장면 중에 국기 하강식이 있었다. 영화 주인공이었던 덕수(황정민)와 명자(김윤진)가 부부싸움을 하다가 국기 하강식이 되자 싸움을 멈추고 가슴에 손을 얹고 경례를 하는 장면. 겪어보지 않는 세대는 '어찌 저렇게 살았을까?'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그 시절을 살아냈던 사람들은 고개 끄덕이며 공감했던 장면이다. 매일 저녁5시(여름철에는 6시)에 하강식이 있었다. 하강식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부동자세로 서서 국기가 있는 방향을 향해 경례를 올렸다.

6월 항쟁 당시에도 국기 하강식이 있었던가 보다. 1987년 6월 26일 국민운동본부는 국민운동 대행진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오후6시 국기 하강식에 맞추어 애국가를 제창하고, 차량은 경적을 울리고 교회와 사찰에서는 타종을 통해 동참한다는 내용이었다.

국민운동 대행진에 참여하기 위해 원주 시민들이 중소기업은행 앞에 집결했다. 김승오 신부, 김송달 목사 등의 주도로 3천여 명의 시민이 연좌시위를 시작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무차별 가격하면서 탄압했다. 원주지역 6월 항쟁 과정에서 시위대를 향한 가장 심한 폭력이 동원되었다. 경찰은 폭력적 진압과 구타를 동원하며 시위대를 강제 연행했다. 이날 정대호 등 35명이 연행되었다.

6월 27일부터 30일까지 경찰의 폭력적 진압과 연행에 항의하는 단식기도가 시작되었다. 김승오 신부는 가톨릭센터에서, 김송달 목사는 한길교회에서 시작했다. 단식기도는 6월 29일 노태우가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한다는 6.29 선언을 발표하고, 6월 30일 연행 구류된 사람들이 모두 석방되면서 끝났다. 그해 12월 대통령 직선제 선거가 실현되었다.

34주년 기념행사 '강원 민주주의 선언' 발표
6월 항쟁 정신 이어 일상에서 민주주의 확대

▲ 제34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행사 후 기념촬영.

6월 항쟁 이후 각 분야에서 민주주의가 활성화되었다. 1987년 7월부터 9월까지 노동자 대투쟁이 전개되면서 금융기관, 병원 등 사무직 노동조합이 결성되고 정부 투자기관까지 노동조합이 확대되었다. 교사들은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을 내세우며 전국 교직원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1990년대 민주노총이 결성되고 시민 사회운동이 본격화되었다.

2021년 6월 12일 강원지역 6월 항쟁 34주년 기념행사가 원주에서 열렸다. 강원감영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강원 민주주의 선언'이 발표되었다. 광장에서 거리에서 군부 독재의 폭압에 맨몸으로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했던 6월 항쟁의 정신을 이어받아 일상의 삶에서 민주주의를 확대해나가자는 선언이다.

"광장에서 일상으로!"란 짧지만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선언은 다음과 같이 마무리되었다.

"그래서 다시금 일상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합니다. 약자에게 도움이 되고 힘이 되는 제도를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잘 살고 있니?"라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87년 6월의 그 뜨거웠던 열망을 기억하며, 모두가 어우러져 민주주의의 여정을 함께할 때, 이 땅의 민주주의가 더욱 견고하고 굳건하게 우리 일상에 뿌리내리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