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원주 전역을 대상으로 재해 취약성을 분석한 보고서를 최근 펴냈다. 2016년 첫 조사에 이은 두 번째 분석이었다. 기후변화에 따른 대형 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재해 중 폭우의 경우 2016년에는 매우 취약한 Ⅰ등급 지역이 4개소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9개소로 늘었다.

 폭염도 2016년에는 Ⅰ등급 지역이 2개소에 불과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16개소로 8배나 증가했다. 조사대상이 2016년에는 542개소였고, 이번에는 696개소로, 이번 조사대상이 많긴 했다. 그러나 전체 조사대상에서 Ⅰ등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보다 확대됐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가장 큰 원인은 기후변화다. 불과 5년 사이에 폭우와 폭염 취약지역이 확대된 건 기후변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원주시는 기후변화대응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도내 기초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기본·이행계획 수립에 착수해 진행 중이다. 지속가능발전 기본·이행계획은 미래 세대를 위해 경제·사회·환경 자원을 양보하자는 차원의 계획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한 환경파괴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지난 4월에는 '탄소중립 지방정부 실천연대'에 가입했다. 탄소중립 노력에 동참하는 지자체들의 모임이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 중심의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한다. 탄소중립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도 흡수해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개념이다. 

 실천방안으로 원주시와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썸컵 사용 캠페인'을 하고 있다. '제로플라스틱 원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관내 지정된 카페 16곳에서 음료를 테이크아웃 할 때 순환형 환경 컵인 썸컵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음료를 마시고 난 뒤 썸컵은 카페 16곳 중 가까운 곳에 반납하면 된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에 대한 시민 공감대를 끌어내기 위해 '오늘부터 우리는' 챌린지도 하고 있다. 탄소중립 실천 분위기를 확산하려는 의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무색하게 우리 주위에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넘쳐나고 있다. 캠페인에는 공감하지만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 상황이다. 몇 달 전 냉동 생선튀김 생선살 안의 미세플라스틱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줬었다.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이 인간을 위협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썸컵보다 더 적극적인 방법은 개인컵(텀블러)을 사용하는 것이다. 

 텀블러 없는 가정이 없을 정도로 많이 보급됐지만 정작 일상생활에서 활용하지 않는 게 문제다. 이런 상황에선 사회지도층이 앞장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공식 자리든 사적인 자리든 항상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사회지도층의 파급효과는 클 것이기 때문이다. 원창묵 시장, 유석연 시의장을 비롯한 각급 기관·단체장들의 손에 텀블러가 항상 들려있길 바란다.